연쇄 전력 효율마, 퀄컴 [스냅드래곤 X 딥다이브 2025]

"전원 코드 뽑아도 성능 저하 없다" PC 전력 효율의 문법을 바꾸다

2025-11-19     최진홍 기자

"기존 노트북 사용자들은 고성능 작업을 할 때마다 배터리가 급격히 소모되는 '주행 거리 불안감(Range Anxiety)'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스냅드래곤 X2는 다릅니다. 18륜 트럭으로 소포를 배달하는 비효율을 끝내고, 압도적인 전력 효율성으로 진정한 모바일 PC 시대를 열 것입니다."

PC 시장에서 고성능은 곧 높은 전력 소모와 동의어였다. 게이밍 노트북은 거대한 어댑터가 필수였고, 배터리 모드에서는 성능이 반토막 나는 것이 상식으로 통했다. 이제는 아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아키텍처 딥다이브 2025는 이러한 x86 진영의 오랜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타파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행사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바로 '타협 없는 전력 효율성'이었다. NPU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구성한 후 기존 CPU 및 GPU에 추가되는 AI 전용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주행 거리 불안감의 해소... INPP라는 새로운 기준
퀄컴은 특정 기기를 사용할 때 단순히 "배터리가 오래 간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이 테리엔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PC 전력 측정의 새로운 기준인 'INPP(Idle Normalized Platform Power)'를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끈다.

그는 "경쟁사 시스템을 계측하려다 9대 정도의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풍문이 있을 정도로 SOC 전력만 따로 떼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시스템 전체 전력에서 유휴 전력을 뺀 INPP 방식이 가장 공정한 비교라고 주장했다.

테리엔 부사장이 공개한 데이터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100% 사용률이라는 동일한 조건에서도 실제 전력 요구치는 워크로드에 따라 2~3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22W 한계로 설계된 씬앤라이트 노트북에서 70W가 필요한 작업을 돌리면 필연적으로 성능이 깎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냅드래곤 X2 엘리트는 달랐다. 특히 18코어의 역설이 눈길을 끌었다. 

통상적으로 코어가 많으면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테리엔 부사장은 "20W라는 낮은 전력 구간에서도 18코어 제품이 12코어 제품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낮은 클럭으로도 많은 코어를 돌려 작업을 분산 처리하는 것이 전력 효율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그는 팬리스(Fanless) 디자인의 초소형 기기에서도 18코어 칩이 구동되는 모습을 시연하며 "가장 낮은 전력에서 최고의 성능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야말로 18코어를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가시 수석 부사장. 사진=최진홍 기자

24시간 깨어있는 비결... '올웨이즈 온 서브시스템'
효율성의 비밀은 파라그 아가시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공개한 '올웨이즈 온 서브시스템(Always On subsystem)'에 숨어 있었다. 

아가시 수석 부사장은 "SOC의 저전력 아일랜드에 센싱 허브를 통합했으며, PC가 잠자고 있을 때도 이 부분은 항상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무슨 뜻일까? 기존 PC는 화상 회의나 단순한 음성 인식을 위해서도 거대한 메인 CPU를 깨워야 했다. 콘답 수석 부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대포를 쏘는 격"이었다. 하지만 퀄컴은 헥사곤 DSP와 마이크로 NPU가 탑재된 별도의 저전력 구역(Island)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사용자가 "헤이 스냅드래곤"이라고 부르거나 카메라 앞을 지나가면 마이크로 NPU가 이를 감지해 메인 시스템을 깨운다. 아가시 수석 부사장은 "이 센싱 허브는 기기가 현대적 대기 상태일 때도 항상 켜져 있으며, 배터리를 거의 소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줌(Zoom) 통화 시 노이즈 캔슬링 같은 기능도 이 마이크로 NPU에서 처리해 메인 프로세서의 부담을 덜어준다. 이것이 바로 퀄컴이 말하는 '보이지 않는 혁신'이자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모바일 DNA'의 정수다.

아드레노. 사진=갈무리

GPU와 메모리의 다이어트... 효율을 위한 아키텍처
그래픽 처리 장치(GPU)인 아드레노 X2 역시 철저히 효율성 위주로 재설계됐다. 실제로 에릭 데머스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아드레노 X2는 전작 대비 125%의 전력 효율성을 자랑한다"며 "동일 성능에서 2.5배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비결은 슬라이스 아키텍처와 HPM(고성능 메모리)에 있었다. 데머스 수석 부사장은 "전체 렌더 타겟을 저장할 수 있는 21MB의 HPM을 탑재해 시스템 메모리(DRAM)로 오가는 트래픽을 40%나 줄였다"고 설명했다. 데이터가 칩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전력 소모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루시안 코드레스쿠 부사장이 이끄는 NPU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매트릭스 유닛을 별도의 전압·클럭 도메인으로 분리해 AI 모델 특성에 맞춰 전력을 최적화했다"고 밝혔다. 필요할 때만 정확한 만큼의 전력을 쓰는 '스마트한 편식'이 가능해진 셈이다.

사진=퀄컴

목표는?
퀄컴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코드를 뽑아도 성능이 그대로일 것'. 테리엔 부사장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AC(전원 연결)와 DC(배터리 사용) 간의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플러그를 뽑았을 때도 탄탄한 성능을 제공한다"고 자신했다.

지금까지의 노트북은 이동성을 위해 성능을 희생하거나 성능을 위해 이동성을 포기해야 했다. 

다만 퀄컴은 스냅드래곤 X2를 통해 이 두 가지 가치가 양립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저전력은 우리의 DNA"라는 아가시 수석 부사장의 말처럼, 퀄컴은 PC 시장에 '효율성'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