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글로벌화’ 가속…농심·삼양 고성장 4분기까지 이어질까

농심·삼양, 3분기 해외 사업 성장으로 호실적 기록

2025-11-18     서예림 기자
미국 타임스퀘어 디지털 옥외광고에서 농심 신라면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협업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농심

K라면의 글로벌 위상이 농심과 삼양식품의 3분기 실적을 끌어올렸다.

내수 침체로 국내 사업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가 두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견인했다. 양사는 생산능력 확충과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4분기 이후에도 해외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내수 부진 속 해외가 ‘버팀목’ 역할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712억원, 영업이익 5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44.6%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506억원으로 37.1% 늘며 수익성 개선 흐름을 확인했다.

실적 상승을 이끈 주된 배경으로는 해외 사업의 두드러진 성장세가 꼽힌다. 실제 농심의 3분기 국내법인 매출은 6051억원으로 2.1% 감소했으나, 해외법인 매출은 2661억원으로 14.4% 증가했다. 특히 중국(31.8%), 일본(25.9%), 호주(11.5%), 베트남(17.5%) 등 주요 시장에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국내 사업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 해외 사업이 사실상 3분기 실적을 방어한 셈이다. 

삼양식품 또한 어려운 대외여건에서도 불닭볶음면의 탄탄한 글로벌 수요를 바탕으로 3분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매출은 63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0%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1309억원으로 49.9% 급증했다. 순이익은 87.3% 늘어난 1100억원이다. 

실적의 방향을 결정지은 것은 단연 해외다. 해외 매출은 5105억원으로 50%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다시 경신했다. 지난해부터 매 분기 최고 실적을 새로 쓰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81%까지 확대됐으며, 미국과 중국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는 3분기 59% 증가한 1억12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중국법인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의 매출은 56% 성장한 9억5100만위안을 기록했다.

밀양2공장을 가동하며 생산 능력을 끌어올려 해외 수요 증가세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수출 지역을 다변화해 미국 상호관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해외 확대 전략으로 4분기 모멘텀 확보

지난달 뉴욕 중심가 플랫아이언 플라자에서 진행한 글로벌 통합 마케팅 ‘스플래시 불닭’. 사진=삼양식품

농심과 삼양식품은 앞으로도 해외 판매를 확대해 성장 발판을 다질 계획이다. 

농심은 ‘신라면’, ‘신라면 툼바’, ‘신라면 김치볶음면’ 등 주력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월마트·코스트코 등 글로벌 대형 유통사에 제품 입점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 3월 유럽 법인을 신설했다.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부산에 수출 전용 ‘녹산공장’도 건립 중이다. 녹산공장이 가동되면 농심의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능력은 약 12억개로, 현재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농심은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1%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영향력을 한층 강화한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신규 진출한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맵(Map)’ 시리즈를 통해 글로벌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고 있다. 늘어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공급망 확충도 병행 중이다. 지난 6월 밀양 2공장이 가동에 들어갔으며,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현지 생산 공장을 착공하는 등 공급망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확장 전략을 기반으로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4분기 매출액은 4.9% 증가한 8969억원, 영업이익은 162.3% 늘어난 535억원으로 큰 폭의 실적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4분기부터 서유럽은 SKU 확대, 동·남부유럽은 신규 진출을 도모하며 유럽 내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법인 역시 4분기부터 가격 인상 효과 온기 반영, 케데헌 콜라보 제품 출시 확대(3분기 2개→4분기 8개)로 매출과 이익 모두 성장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낮은 가격 민감도, 높은 브랜드 파워, 가격 인상 등으로 미국 관세 부과 영향을 최소화했다”며 “아울러 비용 효율화 노력으로 시장 기대치를 충족했기 때문에 업종 내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