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득보다 '실' 커…정책 재검토해야"
김원이·오세희 의원, '석유유통시장 개선 방안' 토론회 개최 "일물이가…불공정 경쟁 구조 초래하고 투자 여력 상실해"
알뜰주유소 정책이 소비자 가격 안정 효과에 비해 유통시장 과당경쟁과 투자 여력 약화 등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석유협회는 1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세희 의원이 공동 주최한 '석유유통시장 개선 방안:알뜰주유소 정책의 한계와 과제' 토론회가 개최됐다고 밝혔다.
오세희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가격 안정과 석유유통시장의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알뜰주유소 정책의 가격 인하 효과뿐 아니라 인근 주유소의 퇴출 위험, 소상공인 사업자의 지속가능성 등 부작용까지 수요자·공급자 관점에서 균형 있게 평가해 공정한 유통시장으로 재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김원이 의원은 "알뜰주유소의 순편익 분석을 통해 성과와 한계 및 과제를 도출하고 저비용주유소의 시장진입에 따른 경쟁 구조 재편의 장기적 영향을 전망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정부와 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에너지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유통구조 개선과 미래 대응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은 "석유산업은 오래된 가격경쟁 구조와 규제 환경 속에서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 모두 전환을 준비할 여유 자원과 체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라며 "특히 알뜰주유소 정책은 지속된 이중가격 구조를 통해 유통망 전반의 투자 여력을 축소하고 전환기에 필요한 대비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행사의 후원을 맡은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알뜰주유소 정책은 도입 취지와는 달리 가격 인하 효과는 불분명한데 반해, 석유유통시장만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며 "탄소중립 적응을 위해 석유유통업계도 질서 있는 사업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알뜰주유소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조홍종 교수를 좌장으로 김형건 강원대 교수가 '에너지전환시대, 알뜰주유소 정책의 재평가'를 주제로, 장연재 숭실대 교수가 '저비용주유소 진입과 경쟁구조의 재편: 알뜰주유소 정책의 장기적 함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주제 발표를 맡은 김형건 강원대 교수는 "주유소 인프라 개선과 정의로운 사업전환을 위해서는 알뜰주유소 정책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에너지전환시대, 알뜰주유소 정책의 재평가'라는 연구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는 생산·유통 단계의 마진을 알뜰주유소·소비자 이윤으로 단순 전환한 것에 불과하며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편익(4000억원) 중 절반 이상을 알뜰주유소가 가져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알뜰주유소 및 인근 주유소 가격의 인하 효과는 생산자 이윤을 소비자 및 알뜰주유소 이윤으로 단순 전환된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소요 예산 3억 5000만원을 고려하면 오히려 평균 순편익은 마이너스 3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이어 "시장 가격을 장기간 낮게 묶어두는 것은 사실상 석유산업의 미래 투자를 금지하고 현재 자산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현금만 뽑아내다가 천천히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주유소 사업전환을 위한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해서는 손익분기점을 상회하는 마진이 필요하며, 주유소 인프라의 급격한 좌초는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제 발표에 나선 장연재 교수는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반경 2km내 알뜰주유소 존재 시 일반 주유소의 퇴출 위험률이 약 2.5배 증가했다"며 "단기적 가격 인하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 시장구조 변화에 따른 경쟁 환경 및 시장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시장구조의 변화는 소비자의 가격 선택권 축소와 이동비용 증가로 소비자 후생에 영향을 주며, 장기적으로 경쟁주유소 숫자 감소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 축소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 토론에는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 정시내 한국석유공사 유통사업처장, 박한서 산업통상부 석유산업과장이 참석했다.
김태환 실장은 "현재 일반주유소는 과당경쟁 심화와 에너지전환에 따른 석유수요의 지속적 감소에 직면해 있으며 현 수준의 영업이익으로는 새로운 사업모델로의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며 "유류판매만으로는 시장의 평균 마진도 확보하기 어렵고 동시에 다양한 규제로 유외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 기회도 제한되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향적인 규제 완화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남수 본부장은 "정부 압력으로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리터당 40~100원 저렴한 가격에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일물이가(一物二價) 구조를 형성해 유통구조를 악화시키고 불공정 경쟁 구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