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AI·금리 3중 악재에 코스피 급락…엔비디아 실적이 조정장 '분수령'
美 9월 고용지표 20일 발표 셧다운으로 한달 넘게 지연
코스피가 환율 불안과 인공지능(AI) 고점 논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겹치며 3.81% 급락했다.
외국인은 2조4000억원 넘게 팔아치우며 4년3개월 만에 최대 수준의 투매를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31조원 증발했다.
시장은 이달 19일(현지시간)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이번 조정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9.06포인트(3.81%) 내린 4011.57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8월 1일 세제개편안 충격으로 3.88% 떨어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시가총액은 3298조원으로 하루 새 131조원이 사라졌다.
개인은 3조2327억원을 순매수하며 4000선 방어에 나섰다. 2021년 5월 11일(3조5600억원) 이후 최대 개인 순매수 규모다.
외국인은 2조3574억원 순매도하며 2021년 8월 13일(-2조6990억원) 이후 최대 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기관도 9003억원을 팔았다.
업종 전반이 크게 밀렸다. SK하이닉스는 8.50% 떨어지며 7월 17일(-8.95%)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골드만삭스가 투자 의견을 낮춘 영향이 컸지만, 이번 하락은 글로벌 기술주의 동반 조정 여파가 우세했다.
삼성전자(-5.45%), 두산에너빌리티(-5.66%), 네이버(-4.52%), SK스퀘어(-10.05%), HD현대일렉트릭(-4.85%), 삼성SDI(-5.83%) 등 주요 종목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원전·지주·전력설비·2차전지·IT 등 주요 업종이 모두 밀린 흐름이었다.
시장에서는 환율 변동성, AI 버블 논란,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투자 심리를 한꺼번에 짓누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미국 셧다운이 해제됐지만 고용·물가 지표 발표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9~10월 두 달간 순매수 흐름을 보였지만 이달 들어 9조1279억원을 순매도했다.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불안도 하락 압력을 키웠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3.56%), 테슬라(-6.65%) 등 기술주가 급락했고, 일본 키옥시아의 하한가, 대만 TSMC의 부진한 실적이 겹치며 반도체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19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이 이번 조정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투매가 새로운 악재 때문이라기보다 미국 기술주 조정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AI 거품론과 금리 불확실성이 부담이지만,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차익 실현 심리가 커진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RSI(상대강도지수·과매도 판단지표)가 정상화되며 기술적 부담은 완화되고 있다"며 "3차 상법 개정안,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책 모멘텀은 유효해 기술주·배당주 병행의 바벨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씨티는 최근 "메모리 호황 사이클이 2026년까지 코스피 실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코스피 목표가를 3700에서 5500으로 상향했다.
◆ 美 셧다운으로 지연된 고용·물가 지표 발표 재개…10월 CPI는 영구 누락 가능성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중단됐던 경제지표 발표가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재개된다. 다만 일부 지표는 조사 특성상 누락되거나 부분 발표에 그칠 전망이다.
미 노동통계국(BLS)은 14일 9월 고용보고서를 20일(현지시간) 발표한다고 밝혔다. 원래 발표일은 10월 3일이었으나 셧다운으로 한 달 넘게 미뤄졌다.
고용보고서는 경기 흐름과 연준의 금리 정책 판단에 핵심 역할을 하는 지표다. 반면 7일 발표 예정이었던 10월 고용보고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10월 보고서는 실업률이 빠진 '반쪽 보고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농업 취업자 수를 파악하는 기업조사는 전산 등록 형태로 이뤄지지만, 실업률 기초자료가 되는 가계조사는 표본 가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 방식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0월에는 가계 조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반쪽짜리 고용보고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PI의 경우도 대면 설문이 필요한 만큼 10월 지표는 누락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9월 CPI는 내년도 연금 산정에 필수적이어서 셧다운 기간이던 지난달 24일 예외적으로 발표됐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10월 고용보고서와 10월 CPI 보고서가 "영원히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실업률 통계 누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 상무부는 8월 무역수지 통계를 19일 발표한다고 알렸다. 무역수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동에 따라 큰 폭의 변동을 보여왔다. 셧다운이 종료됐지만 다수 경제지표는 발표 일정이 미정인 상태다.
노동통계국은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수정된 발표 일정을 확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 뉴욕증시, 기술주 저가매수에 혼조…나스닥 0.13% 상승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 속에서 전날 급락했던 AI 관련 빅테크는 반등을 시도하며 뉴욕증시는 14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장 대비 309.74포인트(-0.65%) 내린 47147.48, S&P500은 3.38포인트(-0.05%) 내린 6734.11, 나스닥은 30.23포인트(0.13%) 오른 22900.59로 장을 마쳤다.
AI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며 장 초반 약세로 출발했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만회했다. 3거래일 연속 약세였던 나스닥은 이날 상승 전환했다.
엔비디아(1.77%), 마이크로소프트(1.37%)가 반등을 주도했고 팰런티어(1.09%), 오라클(2.43%) 등 최근 매도 압력이 컸던 AI 종목들도 오름세를 보였다.
마이크 딕슨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 리서치·퀀트전략 수장은 "다음 주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대형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실적이 실망스럽다면 징벌적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오늘처럼 저가 매수세가 바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