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샴푸로 완치됐다고요? 그 ‘기적’은 광고입니다 [김진오의 처방전 없는 이야기]
후기처럼 보이는 광고 콘텐츠, 치료의 본질을 가리는 착각
요즘 SNS를 조금만 넘겨봐도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병원도, 약도 소용없었는데 OOO 쓰고 완치됐어요.”
“논문을 찾아봤지만 방법이 없었는데, 이 제품으로 해결됐어요.”
언뜻 개인의 경험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업적 협찬이거나 허위 과장 광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의료광고 중 31.7%가 ‘경험담을 가장한 형태’였다.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도 못 고쳤다”는 말로 공감을 이끌고, “OO 제품으로 완치됐다”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구조다. 소비자는 개인의 솔직한 체험으로 믿기 쉽지만, 그 뒤에는 협찬금과 판매 링크가 숨어 있다.
이런 광고는 특정 질환에 국한되지 않는다. 피부 질환, 비만, 여성 건강, 소화기 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최근에는 건강정보를 전하는 듯한 콘텐츠나 개인 후기 형식을 빌려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스며든다. 문제는 이런 게시물들이 의학적 근거보다는 절박한 감정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병원보다 현실적이고 빠르다”, “자연스럽게 낫는다”는 식의 문장들이 사람들을 낚이게 한다.
탈모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자주 본다. 병원보다 SNS에서 먼저 ‘치료법’을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의사도 못 고쳤는데 이 샴푸로 해결됐다”, “이 영양제 먹고 머리가 났다”는 문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 고문을 한다.
탈모샴푸, 탈모영양제, 탈모토닉, 탈모마사지기, 심지어 탈모 화장품까지—이들은 모두 탈모 치료제가 아니다. 화장품은 두피 환경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모낭의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건강기능식품 역시 영양 결핍이 원인인 경우 일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유전성 탈모처럼 호르몬이 작용하는 탈모에는 근본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
현재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탈모 치료 성분은 미녹시딜,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정도다.
진료실에서도 이런 오해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친 사례를 종종 본다.
“선생님, 탈모 샴푸 쓰면 효과 있다고 해서 몇 달 써봤는데, 달라진 게 없네요.”
광고를 믿고 치료를 미루는 사이 탈모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탈모는 하루아침에 악화되지는 않지만,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다. 그리고 그 진행을 막는 시점을 놓치면, 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진다.
흔히 말하는 ‘골든타임’이라는 표현이 꼭 응급상황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탈모에서도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물론 탈모샴푸나 영양제를 쓰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두피 청결 관리나 생활습관 개선은 치료를 보조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믿음이 문제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기적의 변화”를 약속할 때, 그 기적은 대부분 마케팅의 언어다. 광고는 사람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의사도 못 고쳤다”는 문장은 의학의 한계를 지적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불안을 자극하는 장치다. 병원 치료의 꾸준함보다 즉각적인 변화를 원하게 만들고, 결국은 오히려 치료의 시기를 늦춘다.
탈모 치료는 단기간에 끝나는 싸움이 아니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처럼, 치료의 과정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중요한 것은 ‘새로 나게 하는 것’보다 ‘더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건 보조제가 아니라, 근거가 있는 치료와 꾸준함이 만들어내는 결과다.
SNS의 후기에는 빠른 기적이 넘치지만, 의학의 세계에서 진짜 회복은 언제나 느리다. 탈모 보조제나 건강기능식품을 쓰는 건 자유지만, 보조제는 보조제일 뿐, 치료제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 사실을 잊는 순간, 머리카락 뿐 아니라 시간도 함께 잃는다.
※ 김진오 뉴헤어모발성형 외과 원장은 진료와 연구를 병행한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매일 만나며, 국내외 학술지에 연구 논문을 꾸준히 발표한다. 진료실 밖에서는 35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뉴헤어 프로젝트’, 블로그 ‘대머리블로그’, 저서 ‘참을 수 없는 모발의 가벼움’ · ‘모발학-Hairology’ 등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현재 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및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처방전 없는 이야기’에서는 진료실 안팎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의학·의료 정책·사람에 관한 생각을 담백하게 풀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