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만세(千年萬歲)를 들어보자 [정진용의 우리 음악 쉽게 듣기]

2025-11-13     정진용 선릉아트홀 무대감독
※ 정진용은 대금연주자이자 선릉아트홀의 무대감독이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우리 음악 쉽게 듣기’에서는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초심자가 국악을 더 쉽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고 감상할만한 곡을 추천한다.

조선 후기 민간 풍류방에서 연행되던 기악합주곡으로, ‘영산회상’의 뒤에 이어서 연주하기도 하여 ‘뒷풍류’라고도 불린다.

천년만세는 이전에 소개한 보허자의 파생곡들에서 편곡을 거쳐 민간으로 전해졌으며, 풍류음악을 대표하는 악곡이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장구 등에 단소, 양금이 첨가되기도 하는 소규모 단잽이 편성이다. 방 안에서 연주되는 곡의 특성상 음량이 현저히 작기 때문에, 음량이 큰 향피리 대신 음량이 작은 세(細)피리를 주로 연주한다.

천년만세는 ‘계면가락도드리’, ‘양청도드리’, ‘우조가락도드리’ 등 세 곡을 엮은 모음곡이다. 모음곡이지만 연행 시 한 곡만 별도로 연주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 천년만세는 사실상 한 곡이며, 그 속의 악장이 나누어져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대부분 타령 장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두 번째 곡인 ‘양청도드리’는 네 박자의 장단(이후 타령 장단으로 넘어감)으로 연주된다. 이 네 박자의 ‘양청도드리’는 궁중과 풍류방 음악을 포괄하는 ‘정악’에서 가장 빠른 곡이다.

천년만세를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천년만세는 역동적인 장단과 박자 변화가 특징으로, 전통 음악 초보자들에게도 접근성이 높다.

이 곡을 감상할 때는 느림에서 벗어난 속도감과 악곡이 담고 있는 섬세한 악기들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첫째, ‘보통빠르게-빠르게-보통빠르게’로 변하는 속도의 변화를 즐겨야 한다.

이 곡은 보통 빠르기의 ‘계면가락도드리’로 시작하여 매우 빠른 ‘양청도드리’에서 절정을 이루고, 다시 보통 빠르기의 ‘우조가락도드리’로 돌아오며 끝을 맺는다. 일반적인 전통 음악 구조인 ‘느림-빠름’을 벗어난 독특한 구조로, 조선 후기 풍류객들이 음악을 통해 흥을 끌어올리고 다시 여유롭게 마무리하는 세련된 음악적 미학을 보여준다.

둘째, 단소와 양금 같은 ‘특수악기’에 집중하여 들어보자.

단소는 높은 연주 난이도로 특히 초등 교과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국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겨주는 비운의 악기이다. 소리를 내기 어렵고 고음 연주가 까다로운 단소이지만, 천년만세와 같은 풍류방 음악에서는 다른 악기들보다 훨씬 복잡하고 빠른 가락을 연주한다.

양금은 가장 특이한 한국 전통악기 가운데 하나다. 철로 된 줄들을 대나무 채로 치는데, 청아한 음색이 특징이다. 양금(洋琴) 또는 구라철사금(歐羅鐵絲琴)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실크로드를 거쳐 조선으로 들어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음량이 크지 않아 천년만세를 비롯한 소규모 합주에서만 연주된다.

단소와 양금은 상기한 특징들로 인해 풍류음악의 ‘킥’이 되어준다. 합주 속에서 이 두 악기 특유의 맑고 청아한 음색이 어떻게 다른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는지 찾아내며 감상하면 좋다. 더불어 부디 단소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얻기를 바란다.

오늘 추천하는 음원은 국립국악원의 천년만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