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시술 급증 우려"…첨단재생의료 도입 앞두고 보험업계 '긴장'
보험硏 ‘첨단재생의료 치료 도입이 실손의료보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내년부터 첨단재생의료가 병원 진료 현장에 본격 도입된다. 연구 단계에 머물던 세포·유전자 치료가 실제 환자 진료로 확장되며 '미래의학'이 현실 의료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 치료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고가의 비급여 시술 확산으로 실손보험 재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부터 첨단재생의료 치료가 중대·희귀·난치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진료에서 본격 시행된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생법)' 개정에 따라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등 첨단재생의료 기술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진료에 활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첨생법 개정의 핵심은 임상연구에 한정됐던 첨단재생의료를 실제 진료에서도 허용하는 것이다. 중증·희귀·난치질환자는 세포·유전자 치료를 선택할 수 있으며, 지정 요건을 충족한 의료기관이 복지부 승인을 받아 비급여로 시행한다. 첨단재생의료는 인체세포를 활용해 신체 기능을 재생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로, 세포치료·유전자치료·조직공학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재생의료 시장은 2021년 300억 달러에서 2030년 1277억 달러(17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으로, 국내에서도 관련 산업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은 160곳으로, 대형병원뿐 아니라 성형외과, 피부과, 한방병원 등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확산세는 환자 접근성 향상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고가의 시술비가 실손보험 청구로 이어질 경우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첨단재생의료는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세포치료제의 경우 1회 시술비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다양하며, 일부는 3억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CAR-T 치료제 '킴리아'는 급여 대상이지만 1회 치료비가 약 3억6000만원에 달한다.
기존 신의료기술 제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미 나타난 바 있다. 신의료기술을 이용한 진료비는 2015년 150억 원에서 2021년 1300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실손보험금 지급액도 가파르게 늘었다. 예컨대 '골수 흡인물 무릎주사'와 '전립선결찰술'은 각각 2023년 458억원, 340억원에서 2024년 645억원, 43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40% 가까이 증가했다.
법령상 치료대상자 중 '난치질환'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첨생법은 치료대상자를 '대체 치료제가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 '희귀질환', '그 밖의 난치질환 등'으로 규정하지만, '난치질환'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없다. 이에 따라 일부 의료기관이 상업적 목적으로 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하거나, 미용 목적 시술까지 포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험연구원 김경선·조재일 연구위원은 이러한 불명확성이 과잉진료, 도덕적 해이, 보험금 편취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첨단재생의료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기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치료비 가이드라인 마련 ▲급여 적용 확대 ▲치료대상자 정의의 명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선·조재일 연구위원은 "과도한 고가 시술은 환자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실손보험 재정 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복지부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치료비 수준을 검토하고, 치료기술별 참고가격을 제시하는 등 사전적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재생의료를 보장하는 별도의 보험상품(특약) 개발이나, 치료 효과에 따른 단계적 급여화를 검토할 필요성도 언급됐다. 김경선·조재일 연구위원은 "현재 실손보험은 첨단재생의료 환자를 별도 위험군으로 분리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존재한다"며 "관련 부처와 보험업계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 관리 근거를 마련하고, 필요시 재생치료 중심의 신상품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