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여파로 눌러앉는 세입자들...“전세 갱신청구권 행사 증가”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청구권 행사 15% 증가 대출 규제 강화와 전세 매물 감소로 '잔류형 전세'
10.15 대책 여파로 전세 매물이 귀해지자 세입자들이 이사 대신 눌러앉기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집계한 결과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10월 16일부터 11월 9일까지) 25일간 체결된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계약 7134건 중 1808건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이 행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출규제 시행 직전 같은 기간(9월 21일부터 10월 15일까지) 사용 건수(1565건) 대비 15.5% 증가한 수치다.
전체 전세 계약 중 갱신청구권이 행사된 거래 비율 역시 같은 기간 23.1%에서 25.3%로 2%p 가량 상승했다. 서울서 이뤄진 전세 거래의 4건 중 1건 이상이 갱신청구권을 통한 갱신 계약인 셈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한 차례 계약 연장(2년)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최장 4년(2년+2년)까지 거주를 보장하고 있다. 2020년 도입된 이후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 및 보호 수단으로 활용돼 왔으며 이사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의 증가는 10.15 대책의 전세 여파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출 규제 강화와 전세 매물 감소가 겹치면서 세입자들이 새집을 찾기보다 기존 주택에 머무는 ‘잔류형 전세’가 늘어난 것이다. 옮길 만한 전세 매물이 귀한 데다가 대출이 막히면서 새로 집을 매입해서 나가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신규전세 계약도 비싸졌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차시장에서의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이에 대한 추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이론적으로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할 경우 전월세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며 임대차시장은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라는 점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소위 ‘눌러앉기’로 불리는 전세 이동성 위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범여권 의원 10명은 10월 2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현행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고 임대차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의 최대 거주 보장 기간은 ‘2+2’ 4년에서 ‘3+3+3’ 최대 9년으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세입자는 더 오래 거주할 수 있지만 그만큼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량은 줄어들게 된다. 묶여있던 전세가 재계약 시점에 한꺼번에 풀리면서 전세값이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성환 연구위원은 “만약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민간 임대 사업자가 최대 9년에 달하는 장기 투자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민간임대주택 재고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