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취약성지수 3분기 연속 상승…팬데믹 이후 처음
집값 상승·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한은 "금융불균형 축적 우려"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 취약 수준을 보여주는 지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상승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금융취약성지수(FVI)는 32.9로, 2분기(31.9)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은 신용 축적, 자산 가격, 금융기관 복원력 등의 지표를 표준화하여 매 분기마다 FVI를 산출한다. 금융불안지수(FSI)가 경제 주체의 심리지표 등을 주로 반영한 단기적 불안 상황을 나타낸다면, FVI는 금융시스템 내 잠재 취약성을 식별하기 위한 지수로서 중장기적인 금융불안 요인을 보여준다. 외환 위기 당시인 1997년 2분기를 100으로 놓고 산출한다. 통상 가계와 기업 부채가 늘고 부동산 등의 가격이 오르면 지수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FVI는 지난해 4분기 28.6에서 올해 1분기 30.7로 오른 뒤 2분기 31.9, 3분기 32.9로 3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년 2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상승한 이후 최장 기간 상승이다.
FVI는 팬데믹 영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21년 3분기 55.2로 단기 고점을 달성한 뒤 지난해 말까지는 꾸준히 하락했다.
최근의 지수 반등 추세는 여러 거시건전성 지표 악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말 89.7%로 직전 분기(89.4%)보다 0.3%p 증가했다. 이 비율이 상승한 것은 2021년 2분기 말 98.8%에서 3분기 말 99.2%로 오른 이후 약 4년 만이다.
특히 정부가 연달아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수도권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한은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월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올해 10월 100.984로 2022년 9월의 100.297 이후로 처음 100선을 넘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3분기 실적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연체 1~3개월 미만인 '요주의여신'이 18조3490억원에 달한다. 합산 통계가 시작된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연체가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는 9조2682억원으로 작년 동기(7조8651억원)보다 18% 증가했다.
한은은 지난 9월 25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고 있어 금융 불균형 축적 우려가 여전히 잠재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