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 기업희망포럼②] 관세전쟁 속 세계경제 '선방'..."내년에도 완만한 성장세"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 연구위원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보복관세 부과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하고, 미국이 이를 정식으로 실행에 옮겼다.
이로써 양국은 부산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무역전쟁 확전 자제' 조치를 10일부터 공식 이행에 들어갔다. 관세 인하와 제재 유예 등을 통해 1년간 무역보복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날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오후 2시 1분)부터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입된 평균 대중국 관세율은 57%에서 47%로 낮아졌다.
미중 간 갈등 완화로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에 얼마만큼의 긍정적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다만 무역 갈등의 긴장감은 언제든 다시 고조될 수 있는 만큼, 주요국들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재정 집행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26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재정적자(미 의회예산국 추정 2026회계연도 재정적자 1조8650억 달러)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세계경제가 올해 수준의 완만한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은 완만하거나 둔화된 흐름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내수 여건에 따라 국가별 성장률이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선방…"공급망 재배치·수출다각화 등이 무역충격 흡수"
김효상 연구위원은 2025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3.0%(PPP 기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년보다 0.3%p 하락한 수치지만, 지난 5월 발표된 기존 전망보다는 0.3%p 상향된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 세계경제가 선방하게 된 요인으로 '완충된 둔화, 비대칭의 시대(Buffered Slowdown amid an Asymmetric World)'를 꼽았다.
그는 "공급망 재배치, 수출 다각화, 마진 흡수, 기술투자 확대 등 여러 요인들이 무역 충격을 흡수하며 하방을 일부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관세·무역질서의 급변, 재정여력 약화와 위기 대응능력 저하, AI 등 기술투자의 쏠림 현상은 여전히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선진국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양호한 내수 흐름에 힘입어 1.8%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로 지역도 ECB의 단계적 금리 인하와 재정 긴축 완화, 실질임금 회복 등에 힘입어 1.1%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은 고용 개선과 소비심리 회복으로 1.3% 성장이 예상된다. 독일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 여파로 자동차 산업이 부진하지만, 정부 지출과 민간 소비로 일부 방어하며 0.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무역 영향이 적은 스페인은 관광산업과 서비스 수출 확대 등에 힘입어 비교적 양호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정치적 불안정과 민간 소비 정체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출로 성장을 방어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수출과 설비투자의 완만한 성장세에 힘입어 1.1%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부터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흥국의 경우, 중국·인도·베트남 등은 양호한 내수와 수출에 힘입어 견실한 성장세를 나타낸 반면, 러시아와 브라질은 고금리와 구조적 한계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중국은 대중 관세 유예, 수출 다변화, 소비촉진 및 설비 교체 등 경기부양 조치의 효과로 4.8%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기술 개조 및 설비 교체', '소비재 이구환신' 정책에 따른 소비와 설비투자 확대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의 재정여력 약화, 미중 갈등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성장의 제약 요인이다.
인도는 2025년 6.5%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개인소득세 인하와 실질소득 증가가 민간소비를 이끌었고,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제조업 설비 가동률 상승 등도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이 인도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인도의 대미 수출은 GDP의 2%에 불과해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5개국은 견조한 내수와 강건한 수출 흐름으로 4.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베트남은 민간소비와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 증가로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3.0% 유지…AI 민간투자, 미국 성장 견인"
2026년 세계경제 역시 3.0%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세가 다소 조정되겠지만 전반적으로 완만한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AI 및 데이터센터 중심의 민간투자 확대가 성장세를 견인하는 한편, 관세 정책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점차 현실화되며 1.6%의 완만한 성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물가 안정과 정책 완화 효과로 소비·투자가 점진적으로 회복되지만, 대외 불확실성 탓에 1.1% 수준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일본은 관세 여파가 본격화되며 수출 및 생산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성장률이 0.6%로 다소 둔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신흥국의 경우, 김 연구위원은 "내수 기반이 탄탄한 국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구조적 제약이 큰 국가들은 성장 속도가 둔화되며 지역 간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기저효과 및 미중 갈등 지속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4.2% 수준으로 다소 낮아질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인도는 내수 확대와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며 6.5%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평가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4.7% 수준의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