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열풍에 5대 은행 신용대출 일주일새 1.2조 폭증…4년 4개월 만에 최대폭

외국인 이탈 시 변동성 확대 우려

2025-11-11     김호성 기자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전월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기사와 무관. 사진=박수아 기자

5대 주요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잔액이 한 주 만에 1조20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코스피가 4200선을 돌파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다시 달아오른 데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7일 기준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9137억원으로, 10월 말(104조7330억원)보다 1조1807억원 증가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10월 한 달 전체 증가폭(9251억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약 4년4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대출 유형별로는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1조659억원 늘었고 일반 신용대출도 1148억원 증가했다.

코스피가 이달 초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돌파한 뒤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순매수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7조2638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7조4433억원을 순매수하며 이를 대부분 받아냈다.

특히 지난 5일 코스피가 장중 6% 넘게 급락해 3800대까지 떨어지자, 하루 만에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6238억원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수가 조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고점권을 유지하면서 투자심리가 식지 않았다"며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마이너스통장 대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마련하려는 수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신용대출뿐 아니라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2165억원으로, 2021년 9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으로, 주가가 급락할 경우 반대매매(강제 청산) 위험이 커진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년층 빚투 증가세와 관련해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며 "코스피 5000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빚투가 자산가격 변동 시 심리적·재무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신용융자가 자본재와 반도체 업종에 집중돼 있어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가 쏠릴 가능성이 있다"며 "두 업종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지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이어질 경우 환율 불안과 맞물려 특정 업종 급락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