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 중국 수출, 현재 논의 없다"… 미중 갈등에 굳게 닫힌 엔비디아

젠슨 황, 대만서 TSMC와 회동… "중국 정책 변화 기대" 원론적 입장 미국 'B30' 수출 불허, 중국 'H20' 수입 금지 양국 '칩 전쟁' 격화 "중국 AI 연구자 50%, 미국 더 빨리 움직여야"… 中 기술력은 높이 평가

2025-11-08     최진홍 기자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최첨단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의 중국 수출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논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황 CEO는 7일(현지시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파트너사인 TSMC와 회의를 위해 대만 타이난시를 방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중국으로 제품을 출하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으며 "엔비디아 제품이 중국 시장에 다시 들어가게 될 시기는 중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정책을 변경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황 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중국 반도체 수출 허용을 설득해왔다고 보도한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발언이다. 황 CEO는 지난달 말 워싱턴DC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GTC)에서 중국 내 AI 칩 매출이 사실상 '0'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은 미·중 양국의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성능 칩 'H20'의 수출을 금지했다. 3개월 만인 7월 금지 조치가 해제됐으나, 이번에는 중국이 보안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칩의 수입을 금지하는 맞불을 놨다.

엔비디아는 새로 출시한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저사양 칩 'B30'을 중국 수출용으로 준비했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제품의 수출마저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첨단 칩은 미국 말고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중국 역시 국가 자금이 투입되는 데이터센터에 외국산 AI 칩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리는 등 양국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황 CEO는 'AI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는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내가 말한 건 중국이 매우 뛰어난 AI 기술을 갖고 있고, AI 연구자도 많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 AI 연구자의 50%가 중국에 있고 가장 인기 있는 오픈소스 AI 모델도 중국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무척이나 빨리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계속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체 반도체 팹(공장) 건설을 계획하는 것에 대해 "매우 중요한 기술이고 수요도 극히 높다"면서도 "TSMC와 같은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구축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고 평가했다.

올해 4번째 대만을 방문한 황 CEO는 "사업이 매우 호조여서 TSMC 친구들을 격려하러 왔다"며 하루 반 동안 머물며 TSMC의 체육대회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