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계, 한국 AI 콘텐츠에 놀랐다” 이혜은 콘진원 도쿄비즈니스센터 센터장 [ER인터뷰]

‘넥스트 드라마 앤드 필름 : AI가 창조한 스크린’ 10월 31일 도쿄 개최 한국 AI 영화 8편 상영 “한국 콘텐츠, 일본서 힙한 브랜드로 자리”

2025-11-08     김형호 기자
2025년 10월 31일 도쿄에서 특별상영회 ‘넥스트 드라마 앤드 필름 : AI가 창조한 스크린’이 개최됐다. 사진 제공 =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이혜은 센터장.

쿠사나기가 빌딩 옥상에서 몸을 드러내고 도시 위로 유영하듯 뛰어내린다. <공각기동대>의 그 장면은 AI가 일상화된 미래의 상징이다. 바로 그 <공각기동대>의 나라에서 한국 창작자들의 AI 영화 8편이 상영됐다.

“현재 일본에서 한국 콘텐츠는 힙하고 트렌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10월 31일, 일본 도쿄의 주일한국문화원 한마당홀에서 한국의 인공지능(AI) 영화 8편이 상영됐다. 100% 생성형 장편 양익준 감독의 <라파엘>을 비롯해 AI 기반의 8편이 일본 콘텐츠 업계에 소개됐다.

이번 특별상영회 ‘넥스트 드라마 앤드 필름 : AI가 창조한 스크린’은 한국의 AI 콘텐츠 제작 역량과 창작 생태계의 방향성을 해외에 직접 소개한 자리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엠비씨씨앤아이(MBC C&I)가 협력했다. 

행사는 국제 콘텐츠 마켓 TIFFCOM(도쿄국제영상견본시) 마지막 날에 맞춰 열렸다. 마켓 참석을 위해 도쿄를 찾은 국내외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꽤나 놀라운 ‘영화 같은 사건’이다. ‘국뽕’에 차오르자는 게 아니다. 그러기엔 반나절 특별상영회일 뿐이다. 단, 영화팬들에겐 영화 같은 사건이라는 뜻이다. 

<공각기동대> 시리즈를 비롯해 <소드 아트 온라인>, <로그 호라이즌> 등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진작부터 AI 세상을 그려왔다. 그 작품들이 그려낸 미래의 한 부분을, 한국 AI 영화들이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AI 생성형 영화는 본질적으로 – 적어도 지금까지 기준으로는 –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최강국 일본에서, 한국 작품이 ‘넥스트’를 제시한 행사다.

이 행사를 기획한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이혜은 센터장과 ER 이코노믹리뷰 문화부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이혜은 센터장이 기획한 이유는 일본 콘텐츠 업계에서 실제로 한국의 AI 활용에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의 진짜 출발점은 이 센터장의 경험에 있다. 그 자신이 지원 사업을 통해 직접 목격한 ‘한국 창작자들의 창의성과 독창성’에 놀라웠다고 밝혔다.

“작년에 마테오 스튜디오의 <마테오> 퀄리티에 놀랐습니다. 그렇게 한국의 창작자들이 AI를 통해 그 창의성과 독창성을 더 발휘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 센터장은 한국 콘텐츠가 더욱 자리 잡을 것이라 내다봤다. “일본에서 지금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축이 10~20대”라면서, 일본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K콘텐츠 시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3가지 조건을 전제했다. ‘좋은’, ‘새로운’ 작품이 ‘계속’ 등장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조건이고, 그렇기에 실은 가장 어려운 조건들이다.

즉, 그 어려운 조건들이 콘진원이 어떤 방향으로 콘텐츠 산업을 진흥시킬지에 대한 시나리오이다. 그리고 그 실무자인 이혜은 센터장이 믿는 한국 콘텐츠 창작자들의 가능성이다.

‘넥스트 드라마 앤드 필름 : AI가 창조한 스크린(Next Drama & Film: AIが創るスクリーン)’ 상영작 8편

SC #1 일본이 보는 K콘텐츠 “기술과 창의성의 모델”

Q1. 최근 일본에서 한국 콘텐츠와 제작 기술에 관한 시선이 달라졌다고들 합니다. 예컨대, 한일 합작 드라마도 최근에 꾸준히 나오고 있고, 한국 기업 덱스터는 일본 넷플릭스와 기술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현지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분야마다 평가는 다르겠지만, K드라마(영상)과 K팝(음악)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자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합니다.

내수 시장 중심으로 발달한 일본 콘텐츠산업과 달리, 한국이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고 그 성과를 얻고 있는 것을 높게 평가하며, 부러워하거나 배우려는 분위기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콘텐츠 제작 기술을 도입하거나 실험하며 그 수준을 높여가는 한국 영상 제작 기술을 높게 보는 업계 관계자는 많이 있습니다.

다만, 일본 업계 특성상 제작의 안정성을 지향하고 환경 변화에 보수적이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 기술이 우수해도 그 진입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Q2. 현재 한국에서는 <귀멸의 칼날>, <체인소 맨> 등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필두로 일본 영화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또 롯데시네마를 중심으로 일본 콘텐츠 라이브뷰잉 등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일본 콘텐츠 소비 증가를 일본에서도 ‘의미 있게’ 평가하는지?

한국의 일본 콘텐츠 소비에 대해 당연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아티스트들의 한국 공연이 활발해지거나, 일본 애니메이션이 흥행을 거두는 것에 대해 자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 성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Q3. 양국 콘텐츠가 현재 서로의 시장에서 활발히 소비되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 한일 콘텐츠산업 간 교류나 협력 방식에 대한 어떤 인식 변화가 있는지요?

일본에서도 단순히 서로의 콘텐츠를 파는 것이 아닌, 상호 협력을 통해 함께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 이제 한국 문화와 콘텐츠는 낯설고 신기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즐기는 힙하고 트렌드한 것으로 인식됩니다. 그렇기에 서로의 장점을 살려 콘텐츠 교류나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SC #2 ‘AI가 창조한 스크린’, 한일 협력의 예고편

Q4. 왜, 지금, 일본에서 ‘AI가 창조한 스크린’ 행사를 기획하셨나요? AI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스크린’은 영화관의 영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우선, 일본 업계에서 한국의 AI 활용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행사 기획은 사실상 제가 올해 일본 도쿄비즈니스센터장으로 부임하고 일본의 콘텐츠업계 분들을 만나면서 시작됐습니다.

제가 일본에 오기 전에 AI콘텐츠 제작 지원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때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한국 콘텐츠를 일본 업계 분들에게 보여주면 많이들 놀라워하시고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일본도 최근 AI를 콘텐츠 제작에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보다는 아직 활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스크린’은 양쪽 의미가 다 있습니다. 영화 콘텐츠라는 측면과 이것을 디지털 기기로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상영관에서 직접 상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Q5. 이번 상영회는 TIFFCOM 일정과 맞물려 진행됐습니다. 일반적인 홍보나 교류 행사 이상의 목적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콘진원이 서울에서 개최하는 BCWW처럼, TIFFCOM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방송 견본시(마켓)입니다. 일본의 다양한 미디어 제작사, 방송사들이 참여할 뿐 아니라 중국, 대만 등 글로벌 관계자들이 찾아오는 행사이지요.

이러한 행사 기간에 맞춰 한국의 창작자들이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만든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선보인다면, 글로벌 홍보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6. 그만큼 센터장님이 한국콘텐츠의 AI 기술에 대해 신뢰한다는 뜻인지요? 앞으로  AI 기술이 K콘텐츠 확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AI는 콘텐츠산업의 ‘양날의 검’이지만 피해 갈 수 없는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AI로 만들어진 콘텐츠에 대해 깊이 있게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AI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가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많이 실감했습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한국의 창작자들이 AI를 통해 그 창의성과 독창성을 더 발휘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돌파해 K콘텐츠산업의 확장을 위해 AI를 잘 쓸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7. 행사 준비 과정이나 진행하면서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저희가 행사 준비 일정이 넉넉하지는 않았던지라, 현지 홍보 역시 충분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SNS 및 뉴스레터 등을 활용해 관계자 중심으로 홍보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저희와 연이 없던, 다양한 산업 혹은 기관 관계자분들도 많이 신청해 주셨습니다. AI와 K콘텐츠, 두 분야에 모두 일본 내 관심이 크고 그만큼 궁금해한다고 느꼈습니다.

SC #3 K콘텐츠, 일본의 일상으로 들어가기 위한 조건

Q8. 이번 행사를 계기로 어떤 한일 콘텐츠 협력 모델을 기대하시요? 제작·기획 단계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협력 방식이 있다면?

이번 행사가 당장의 협력을 기대하고 기획한 건 아닙니다. 한국의 신진 창작자들이 인공지능 AI를 통해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협력 모델은 기존의 판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겁니다. 양국이 함께 콘텐츠를 기획, 창작, 글로벌로 진출하는 공동제작 등 모델입니다.

실제로 최근 한국과 공동제작 드라마가 일본 내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을 확대해 좋은 한국 IP가 글로벌로 활용되고,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그러하듯 계속 확장되어 가는 산업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Q9. 마지막으로, 2031년 일본에서 한국 콘텐츠의 위치나 상황을 전망해 주신다면?

2031년은 현재 일본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성인이 되는 시기입니다. 이 세대는 한국 콘텐츠를 가장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세대일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또래 관객들이 일본 콘텐츠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고요.) 그 세대가 성인이 되는 시점에, 한국 콘텐츠는 일본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일본 내에서 한국 콘텐츠는 꾸준히 소비되고 있습니다. K팝은 이미 일본 음반과 공연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K드라마는 지상파 방영 자체는 최근 적지만 위성이나 케이블 방송을 통해 꾸준히 방영됩니다. 이 밖에도 시부야의 라인 프렌즈 매장이나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팝업 스토어를 통해 한국의 캐릭터 상품들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축이 10~20대라는 것입니다. 코리아타운으로 알려진 신오쿠보는 이제 일본 10~20대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일본의 특성을 봤을 때, K콘텐츠 시장은 더욱 확대될 수 있습니다.

단, 이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좋은’, 그리고 ‘새로운’ 한국 콘텐츠가 ‘계속’ 등장해야 합니다. 결국 한국 콘텐츠산업의 발전이 일본 시장에서 위치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이혜은 센터장

Q10. 이건 제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 상영작 8편이 다 기대작이겠습니다만, 굳이 가장 특히 호평을 기대했던 작품을 꼽자면?

제가 기대한 작품은 작년에 이미 전작을 통해 그 퀄리티에 놀랐던 마테오 스튜디오의 <라파엘>입니다. 

 


콘진원 도쿄비즈니스센터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는 주일한국문화원이 위치한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 요쓰야 4-4-10 코리아센터빌딩 7층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는 일본 도쿄에서 한국 콘텐츠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과 현지 파트너십 구축을 지원하는 해외 거점이다.

2025년에는 ‘U-KNOCK 2025 in Japan’ 투자상담회, ‘TOKYO GAME SHOW 2025’ 한국 공동관 운영, ‘Content Apex Japan 2025’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지 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사업을 추진했다. ‘TIFFCOM 2025(도쿄국제영상견본시)’에서는 한국 OTT 플랫폼을 지원하며 2360억 원 규모의 수출 상담액을 기록했다. 

센터는 주일한국문화원이 위치한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 요쓰야 4-4-10 코리아센터빌딩 7층에 자리하고 있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전 세계 22개국 25개 도시에 해외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하며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