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영업이익 135배" LG전자 VS사업부 비결은?

"차 안 플랫폼 전략 통했다" VS사업부 3Q 영업이익 1496억원… 작년 3분기 11억원에서 대폭 성장 GM·토요타 '올해의 공급사' 꼽히는 등 우수한 부품 성과 인정 받아

2025-11-06     양정민 기자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격랑의 시기, 부품을 납품하는 LG전자는 빙그레 웃었다. VS(Vehicle solution)사업 본부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5% 상승하며 실적을 지탱했기 때문이다.

분기 첫 5%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지난달 31일 LG전자는 3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매출 21조8737억원, 영업이익 6889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3분기 매출(21조8737억원)은 시장 컨센서스(21조5171억원)를 웃돌았고, 영업이익(6889억원)도 시장 컨센서스(6018억원)를 넘었다.

눈에 띄는 점은 VS사업부다. VS본부는 매출 2조6467억원, 영업이익 1496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5.8%, 영업이익은 52.% 증가했던 VS 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매출액 2조6113억원, 영업이익 11억원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135배 증가하는 샴페인을 터트렸다.

SDV 시대에 폭주 택시 탄 LG전자 VS사업부

LG전자 은석현 VS사업본부장이 국제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5'서 '차량 내 경험의 재정의'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 시대와 전기차 캐즘 탈피에 LG전자가 탭댄스를 췄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사업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가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며 “제품 중심의 사업모델을 차량용 콘텐츠 플랫폼 등으로 다각화 중”이라고 밝혔다.

인포테인먼트는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과 오락거리를 일컫는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통합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뜻하는데 SDV 시대로 완성차 기업들이 변화를 천명하며 오며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가 더 커지고 다양해져 자연스럽게 인포테인먼트 니즈도 커지는 추세가 반영됐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VS사업본부의 매출 60%는 ‘인포테인먼트 장비’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협업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통합한 단독 플랫폼을 개발했다. 해당 플랫폼이 차량에 탑재돼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등의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모습의 개념도. 출처=LG전자

VS본부 김주용 상무는 컨퍼런스콜에서 “IVI 제품 믹스 개선과 수익 구조 개선 활동에 힘입어 전기차 캐즘 영향을 극복, 견조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지속 중”이라며 “영업 이익은 매크로 불확실성에 따른 매출 영향과 SDV 관련 미래 연구개발 비용 증가 등의 요인으로 인해 분기 단위로는 일정 정도 수익성 등락이 발생할 수 있으나, 전 제품 영역에서 지속 제품 믹스 개선과 완성차 OEM과 협력 강화, 운영 비용 최적화 등 한계 돌파 관점의 원가, 비용 구조 개선 노력으로 내년 이후에도 견조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SDV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IVI뿐만 아니라 디지털 콕핏, 텔레매틱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비롯한 다양한 SDV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SDV 전환 솔루션인 ‘LG 알파웨어’도 있다. 알파웨어는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이웨어’, AR·MR 기반 길 안내 및 위험 요소 정보를 제공하는 ‘메타웨어’, AI와 카메라 센서로 탑승자 행동을 분석해 사고를 예방하는 인캐빈 센싱 솔루션 ‘비전웨어’ 등으로 구성된다.

SDV 전환에 따라 다양한 차세대 IVI 솔루션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엔 미디어텍의 차량용 시스템온칩(SoC)에 구글 OS 기반 ‘동시 다중 사용자(CMU)’ 솔루션을 탑재해, 차량 내 여러 디스플레이에서 다른 콘텐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환경도 구현했다.

3월 LG전자 이정문 영업팀장이 한자연 자산어보에서 iVEX에 대해 설명 중이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LG전자 iVEX(in-Vehicle Experience)와 통합된 AI 인포테인먼트도 하이브리드 LLM 아키텍처를 활용해 SDV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향후 iVEX 소프트웨어 스택을 LG전자 AI 콕핏 제품과 통합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차량용 webOS 콘텐츠 플랫폼(ACP)’을 상용 전기차에 최초 적용해 차량을 ‘바퀴 달린 생활공간’으로 만드는 LG전자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현실화했다. 지난 4월에는 기아 PV5와 함께 ‘슈필리움’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시적인 선방 아니다… 계속될 '우상향' 기대치

LG전자가 2024년형 제네시스 GV80과 GV80 쿠페 신모델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한다. 제네시스 GV80 뒷좌석에서 차량용 webOS 콘텐츠 플랫폼을 구동한 모습. 사진=LG전자

VS부문의 실적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일시적인 어닝 서프라이즈가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 2023년 2분기 무려 612억가량의 영업 손실이 났었던 VS 사업부는 2023년 약 234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었고 2024년에는 1157억원가량으로 영업이익이 떨어졌다. 매출액은 ▲2023년 10조1476억원 ▲2024년 10조6206억원 정도였다.

이후 실적을 점차 회복해 올해 1분기에는 약 1251억원, 2분기에는 1262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상반기에만 매출 5조6929억원, 영업이익 251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346억원)보다 86.7% 급증했다. 매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갱신하고 있는 것이다.

볼보 EX90에 적용된 ZKW의 지능형 스마트 조명. 사진=ZKW

이 같은 뒷받침 요인은 자회사들 덕분이다. LG전자의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인수한 차량용 헤드램프 자회사 ZKW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796억원으로 전년 동기(82억원) 대비 큰 폭 증가했다. 또 다른 VS 부문 자회사인 LG마그나의 상반기 성적표는 매출 1785억원, 영업손실 109억원으로 499억원 영업손실을 낸 전년 동기보다 손실 폭을 줄였다.

LG마그나는 구동 모터, 인버터, 컨버터 등 전기차의 핵심 부품들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매출도 대부분 여기에서 나온다. LG전자 사업부에서 4분기 VS 예상과 관련해 ‘미국 전기차 보조금 중단’을 꺼내며 살짝의 우려를 표한 이유다.

LG전자는 “4분기에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영향으로 인한 일정 기간의 OEM 물동 조정 등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이에 대응해 당사는 전기차 수요 둔화 장기화에 대한 리스크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전망 예측을 통해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해 매출 확대 등과 대응 전략을 실행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 VS사업본부장 은석현 부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최근 GM이 주최한 ‘제 31회 올해의 공급사 시상식’에서 ‘인포테인먼트 및 텔레매틱스 분야 최우수 공급사’로 선정돼 기념패를 수상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다만 분위기가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제너럴 모터스(GM)과 토요타로부터 ‘올해의 공급사’ 선정되는 등 이미 부품 공급 능력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GM에게는 2016년·2022년·2023년에 글로벌 구매, 공급망 운영 측면에 기여한 공급사에게 수여하는 ‘오버드라이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토요타에겐 2011년 내비게이션 박스(Navi-box) 공급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는 도요타 전체 판매 실적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인 북미를 중심으로 첨단 텔레매틱스(차량용 통신모듈) 솔루션 공급을 확대하며,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토요타로부터 수상 받은 ‘2024 최고가치혁신상’ 수상은 지난 4월이 처음이다. 전기차 수요에는 사업이 민감하지만 그렇다고 사업이 전기차에 흔들리는 구조는 아닌 만큼 제품 믹스 개선과 비용 절감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한편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 모빌리티쇼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차량용 webOS 콘텐츠 플랫폼의 영상, 게임, 화상회의 등 풍부하고 확장 가능한 콘텐츠 생태계 전략을 소개하며, 차량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사용자 경험 중심의 ‘바퀴 달린 생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지난 10월에는 소프트웨어 마켓플레이스 ‘에스디버스(SDVerse)’에 합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LG전자 VS사업본부 은석현 부사장은 “LG전자는 다가오는 SDV 시대에 맞춰 검증된 차량용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사와 파트너사의 혁신 속도를 높이고 업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