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4대 신성장 동력’ 직접 챙긴다[CEO 파일]
헬스앤웰니스·모빌리티·지속가능성·뉴라이프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위해 변화해야 해”
국내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이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 사업만으로는 미래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더해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그룹 내 ‘캐시카우’가 부재하다는 지적마저 잇따르자, 서둘러 ‘미래 먹거리’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후 신 회장은 롯데가 점 찍은 4대 신성장 동력을 발표한 데 이어 적극적으로 현장 경영에 나서는 등 질적 성장 전환을 위한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가 점찍은 4대 신성장 동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017년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 직후인 2018년 경영에 복귀한 이후 그룹의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며 수익성과 효율성 제고에 몰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한 데 이어 2020년 롯데알미늄의 보일러 사업을, 2021년 롯데GRS의 TGIF를 매각했다. 이는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재무 구조 개선과 신성장 사업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롯데그룹은 지난 2023년 상반기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등 4대 신성장 분야를 동력 삼아 변화와 혁신으로 새롭게 도약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는 2023년 신동빈 회장이 신년사에서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라며 사업 구조 혁신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후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해당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미래 먹거리 키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먼저, 바이오 사업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7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바이오 캠퍼스 1공장 건립을 위한 착공식을 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향후 송도에 3개의 메가 플랜트를 조성하는 등 총 36만 리터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국내에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1개의 플랜트당 12만 리터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며, 임상 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와 완제 의약품 시설도 추가한다.
이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3년 글로벌 제약사 BMS 미국 시라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향후 롯데바이로직스는 시라큐스 공장의 생산 역량과 항체·약물접합체(ADC : Antibody-Drug Conjugates) 기술 플랫폼 개발, 국내 플랜트 중심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바탕으로 수주 확대를 노리겠다는 방침이다.
모빌리티 분야 사업을 주도하는 건 롯데이노베이트의 전기차 충전 전문 계열사 이브이시스(EVSIS)다. 미래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이브이시스는 지난해 1월 청주에 자동화 설비를 갖춘 신공장을 준공했다. 이에 따라 생산 능력이 약 2배 이상 증대돼, 연간 약 2만기의 전기차 충전기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이브이시스는 롯데그룹의 유통, 호텔, 서비스 등의 사업 분야에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를 구축해 올해 말까지 도심 인접 지역 충전 거점을 7500기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5월에는 미 현지 법인 ‘이브이시스 아메리카(EVSIS America)’를 설립하며 북미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속가능성 분야의 주축은 롯데화학군과 롯데케미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롯데화학군은 지난 2023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리튬 이온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약유기용매)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데 이어 최근 차세대 배터리 소재(고체전해질·리튬메탈음극재·마나듐액체전극)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리사이클 등 ‘지속가능성’ 테마 친환경 사업 비중을 늘려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구조로 재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롯데케미칼은 2035년까지 수소 180만톤을 다양한 용도로 공급하고, 수소 출하 센터, 충전소 등을 포함해 수소 사업 전반의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뉴라이프 부문의 선봉장은 롯데이노베이트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지난해 8월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초실감형 메타버스 ‘칼리버스’를 오픈했다. ‘칼리버스’는 쇼핑,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등을 극사실적인 비주얼과 독창적인 인터랙티브 기술을 접목해 만든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외에도 롯데는 최근 롯데그룹의 자체 AI(인공지능) 플랫폼 ‘아이멤버 2.0’를 선보이는 등 AI를 계열사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장경영 강화…사업 점검·업계 동향 파악
이렇듯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신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신 회장도 직접 관련 현장을 찾아 사업을 점검하고 업계 동향을 파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먼저, 신 회장은 지난 10월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방문했다. 현장을 찾은 신 회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업 현황 보고를 받은 후 올해 본격 가동을 시작한 ADC(항체약물접합체) 생산시설을 둘러봤다. 신 회장의 ADC 생산시설 방문은 가동한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ADC 생산시설의 본격 가동을 기념하며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는 바이오 산업을 넘어 그룹 전체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ADC 생산시설 증설에 맞춰 ADC와 CDMO 추가 수주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신성장 동력 사업 중 하나인 모빌리티 사업 점검과 업계 동향 파악을 위해 ‘재팬 모빌리티쇼 2025’가 진행 중인 일본으로 향했다. ‘재팬 모빌리티쇼 2025’는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이자 일본 최대 자동차 전시회로 기존 완성차 중심의 전시를 넘어 모빌리티 전 분야로 확장된 행사다.
앞서 신 회장은 모빌리티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미래를 위한 투자인 연구개발, 인재 확보에 자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해당 행사에서 롯데그룹은 ‘엘 모빌리티 파노라마(L.Mobility Panorama)’를 주제로 ‘모빌리티 밸류체인 전시존’과 ‘모빌리티 체험존’으로 나눠져 친환경 에너지, 자율주행 등 그룹 모빌리티 사업을 종합적으로 알렸다.
한편, 현장을 점검한 신 회장은 현대자동차·기아, 렉서스,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 BMW, BYD 등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 전시관에도 방문하는 등 관련 사업 트렌드를 파악했다.
롯데그룹이 4대 신성장 동력을 발표한 지 약 2년 6개월이 지난 가운데, 신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향후 그룹의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