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귀하게 간직해온 ‘비장(秘藏)’의 예술품 선보인다 [전시 PICK]

간송 전형필의 컬렉션 형성 과정 조명 추사 김정희부터 겸재 정선까지 국보 4점, 보물 4점 등 총 40점의 예술품 공개

2025-11-09     김연제 기자
간송미술관 ‘보화비장葆華秘藏: 간송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 전시포스터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가을 기획전 ‘보화비장 葆華秘藏: 간송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을 11월 30일까지 연다. 수장가 7인이 남긴 총 26건 40점이 전시된다. 

간송 전형필은 일제강점기에도 ‘문화보국(文化保國)’, 즉 문화가 나라를 지킨다는 신념으로 우리 보물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수집하고 보존했다. 그가 보존한 대표적인 유물이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이번 기획전은 간송의 신념을 함께했던 근대 수장가 7인의 컬렉션을 통해 간송이 어떤 시선과 인연으로 간송컬렉션을 형성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기획전 제목은 곱씹어 볼 만하다. 보화비장은 ‘숨길 만큼 귀한 보물’이라는 가치, 동시에 ‘숨겨야만 지킬 수 있었던 시대의 유산’이라는 수장가들의 의지를 뜻한다.

전시작들의 원 수장가는 서화가 민영익, 근대 서화 감식의 대가 오세창, 교육자이자 서화가 안종원, 언론인 김재수, 항일운동가 윤희중, 서화가 이병직, 그리고 영국인 변호사 존 갯즈비(John Gadsby)다.

도자 부문에서 눈길을 끄는 건 갯즈비의 수집품들이다. 영국 변호사인 갯즈비는 일본에 체류하며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도자 수집에 힘썼다. 그러던 1937년, 세계정세가 불안해지자 귀국을 앞두고 소장 유물 20점을 간송 전형필에게 양도했다. 간송은 일본 도쿄로 건너가 이 작품들을 인수했다. 이는 훗날 간송 컬렉션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특히 갯즈비가 수집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은 1992년 국보로 지정됐다. 어미 원숭이가 새끼를 품은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섬세한 조형미와 비색(翡色)이 어우러진 고려청자의 대표작이다. 

이외에도 ‘청자기린유개향로’, ‘청자오리형연적’,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등 국보 도자들과 12~13세기 고려청자 9점이 전시된다.

서화 부문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대팽고회’(이병직 소장)가 있다. 추사가 생의 마지막 해에 쓴 예서 대련(對聯) 작품이다. 대련이란 문이나 기둥에 서로 짝을 이룬 두 줄의 시구를 나누어 붙이는 형식을 뜻한다. 

이 외에도 겸재 정선의 ‘금강산 팔폭’(안종원), 단원 김홍도의 ‘산수일품첩’(오세창), 중국 청대 화가 요종보의 ‘천심죽재’(민영익) 등이 공개됐다.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약 30분간 전시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NOL 인터파크에서 사전 예매할 수 있다.

국보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사진제공=간송미술문화재단
국보 ‘청자기린유개향로’. 사진제공=간송미술문화재단.
추사 김정희, ‘대팽고회’. 사진제공=국가유산청
오리, ‘백운홍엽도’. 사진제공=간송미술문화재단.
겸재 정선, ‘삼일포’. 사진제공=간송미술문화재단.
유숙, ‘경음불기’. 사진제공=간송미술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