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기술, 세상의 온기가 되다 [권영규의 나눔이 일상인 사회]
생계를 위해 익힌 기술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빛이 되고, 평생을 벼려온 전문성은 이웃을 일으키는 희망이 된다.
수십 년간 자신의 기술을 나눠온 이들이 있다. ‘까치봉사회’가 대표적이다. ‘사랑의 가위손’으로 불리는 조길홍 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1987년부터 38년간 3만 시간이 넘는 봉사 기록을 쌓아왔다. 자신의 낙원이용원을 운영하면서도 한 달에 네 번씩 꾸준히 봉사에 나선다. 그의 가위는 고립된 이웃에게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그의 손길로 단장한 한 어르신이 “오랜만에 밖에 나가고 싶어졌어요”라며 짓는 환한 미소는 기술 나눔의 힘을 보여준다.
‘서울조리사봉사회’는 정성덕 회장, 여경래 셰프 등 조리 명장과 현직 셰프들이 모여 음식을 통해 꾸준히 마음을 나눈다. 이들은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서 분기마다 500명이 넘는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했다. “이렇게 맛있는 걸 먹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는 한 어르신의 말처럼, 음식은 지친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또, 이연복·임태훈 셰프와 여러 연예인들이 추석 연휴를 맞아 지난 10월 1일 대한적십자사 중앙봉사관에서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다. 이들이 만든 동파육, 곤드레 부침개, 자장면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150세대 이웃에게 전해진 추석 명절 한 상이자 희망의 한 상이었다.
‘맑은바람봉사회’는 용산시스템클린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주축이다. 그들은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결성한 에어컨 수리 전문가 단체다. “올여름은 걱정 없겠다”는 어르신의 한마디처럼, 그들이 만든 시원한 바람은 지친 마음까지 시원하게 채웠다. 이들의 활동은 기술 나눔이 시대의 필요에 어떻게 응답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발사의 가위, 셰프의 국자, 기술자의 공구처럼 재능기부는 자신의 경력을 가장 가치 있는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익숙한 손재주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가 될 수 있다. 재능은 나눌수록 커지고, 나눔은 사회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된다. 가까운 적십자 봉사관에서 그 첫걸음을 내딛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