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11년 만의 해빙 신호탄" 시진핑, 30일 이재용·최태원 등 5대 그룹 총수 만난다

얼어붙은 한중 경제 협력 물꼬 틀지 주목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복원, AI·신재생에너지 협력 모색... 희토류 통제 완화도 '핵심 과제'

2025-10-29     최진홍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대한민국을 국빈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을 비롯한 주요 경제인들과 만난다.

29일 재계 소식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이어지는 방한 기간 중 한중 기업인 및 정부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간담회 성격의 자리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경색 국면을 면치 못했던 한중 경제 관계가 이번 최고위급 만남을 통해 해빙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측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과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측에서도 배터리 업계의 거물인 CATL의 쩡위친 회장을 비롯해 국영 에너지기업 시노켐의 리판룽 회장, 전자상거래 대기업 징둥닷컴의 류창둥 회장 등 핵심 기업인들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져 만남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만남이 단순한 상견례를 넘어 실질적인 경제 협력의 복원과 확대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이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이뤄지는 '국빈 방문'이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최고 지도자 차원의 의지가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등 양국이 긴밀하게 얽혀 있는 핵심 미래 산업 분야의 공급망 복원이다. 그간 지정학적 갈등과 중국의 내수 중심 정책 등으로 인해 흔들렸던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상호 협력을 공고히 하는 방안이 최우선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신재생 에너지 확산 등 양국이 국가적 과제로 추진 중인 신성장 동력 분야에서의 협력도 기대된다.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나 대규모 공동 투자 등의 기회를 새롭게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소재 및 광물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문제 해결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망 확보는 국내 첨단 산업의 명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이번 회동에서 관련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시 주석의 방한을 전후로 한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는 등 세계의 시선이 한반도 주변 정세에 집중된 상황이다. 복잡한 국제 관계 속에서 경제계 차원의 만남만으로 양국 관계의 극적인 '중요 전환점'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11년 만에 성사된 최고위급 소통 채널이 다시 열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얼어붙었던 양국 경제계가 이번 만남을 계기로 소통의 물꼬를 트고 실리적 협력 관계를 회복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