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협상 타결] 극적 타결군사동맹 넘어 '기술동맹' 격상

APEC 계기 '한미 기술번영 MOU' 체결… AI 정책·수출 공동 대응, 바이오 공급망·우주 탐사도 공조 "신뢰 기반 기술 표준 주도권 확보"… 내년 워싱턴서 후속 논의, 'AI 3대 강국' 도약 발판 기대

2025-10-29     최진홍 기자

한미가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 중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기로 29일 합의했다. 그리고 극적인 합의 배경에는 양국의 과학기술 협력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과 미국은 29일 인공지능(AI)부터 차세대통신(6G), 바이오, 양자, 우주에 이르는 핵심 기술 전 분야에서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한미 기술번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에 이뤄진 이번 협약은 앞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구체화하고 양국 관계를 전통적인 군사·안보 동맹을 넘어 포괄적인 '기술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핵심적 조치로 평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MOU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 간의 기술 연대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의 표준과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양국의 전략적 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 APEC 현장에서 열린 체결식에는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과 마이클 크라치오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등 양국 고위 관계자가 참석했다.

MOU는 크게 'AI 응용 및 혁신 가속화'와 '신뢰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이라는 두 가지 핵심 분야를 축으로 구성됐다.

우선 'AI 응용 및 혁신 가속화' 분야에서 양국은 혁신 친화적인 AI 정책 프레임워크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AI의 안전성, 신뢰성, 투명성 등에 대한 공동의 기준을 마련해 사실상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나아가 AI 전 분야에 걸친 기술 수출에 상호 협력하고, 아시아 및 기타 국가 내 공동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도 힘을 합치기로 했다. AI 학습에 필수적인 데이터셋 공동 개발과 안전한 AI 혁신 촉진 등도 주요 협력 과제로 포함됐다.

두 번째 축인 '신뢰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 분야에서는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핵심 기술들이 총망라됐다.

통신 분야에서는 6세대 이동통신(6G) 공동 연구개발(R&D)을, 제약·바이오 기술 분야에서는 공급망 강화를 명시했다. 이는 특정 국가에 편중된 원부자재 공급망의 위험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안보적 고려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양자 혁신 분야에서의 협력과 함께 우주 탐사 분야 공조도 구체화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참여는 물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상업용 지구 저궤도(LEO) 우주정거장 개발 및 운영을 위한 파트너십도 촉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양국은 핵심 신흥기술 분야의 '연구 안보'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기초연구와 인력 교류를 적극 지원해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의 기반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APEC.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체결식에서 양국 대표는 이번 MOU가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것임을 강조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양국은 공통의 가치와 기술개발의 방향을 오랜 시간 논의해왔고 그 결과 기술의 속도보다 방향을, 통제보다 신뢰를, 경쟁보다 협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 수석은 "한국 정부는 이번 MOU를 바탕으로 한미 양국 간 기술협력과 혁신을 지속 지원하고 특히 민간 부분 협력을 강화해 실질적 성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도 "협정은 양국 간 과학기술 분야 협력의 담대한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로서 미국의 AI 생태계 등 여러 기술 발전에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로 우리가 깊게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나아가 이번 MOU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보다 발전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협력이 한국의 기술 주권을 강화하고 관련 산업이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정우 수석은 "사람 중심의 포용적 AI와 민간 주도의 혁신을 바탕으로 양국이 함께 기술 주권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특히 한·미 간 AI 연구개발 및 AI 풀스택 수출 협력 등은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으로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MOU는 제목 그대로 양국 미래 세대의 번영을 위한 협력의 상징"이라며 "과학기술을 통한 자유와 상생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이어 "앞서 미국 블랙록, 오픈AI와 체결한 AI 생태계 협력 MOU에 이어 이번 정부 간 기술 번영 약속으로 한-미 간 과학기술 교류와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