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꺾였는데 경상흑자 ‘역대 최대’…짙어지는 ‘불황형 흑자’ 그늘
수출 3개월만에 감소 전환…수입은 7.3% 급감
8월 경상수지(상품·서비스 등 대외거래 손익)가 91억5000만달러(약 12조8500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3년 5월 이후 2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지만 수출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수입 감소에 기댄 ‘불황형 흑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8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상품수지는 94억달러(13조1906억원) 흑자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한 결과다. 수출은 564억4000만달러(79조1925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 줄어 석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관세청 신고액 기준으로 반도체(26%), 승용차(7%) 수출은 호조를 보였다. 다만 미국 관세 품목인 철강제품(-11.7%)을 비롯해 화공품(-11.0%)과 기계류(-8.2%) 등이 부진했다.
수입은 470억4000만달러(65조9964억원)로 7.3%나 급감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원유(-16.6%)와 석탄(-25.3%), 석유제품(-20.3%) 등 원자재 수입액이 10.6% 줄어든 영향이 컸다.
특히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유 제품(-20.3%)과 원유(-16.6%), 석탄(-25.3%) 등 원자재 수입액이 10.6%나 줄면서, 수출보다 수입 감소 폭이 더 커 흑자를 내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구조가 나타났다. 지역별론 동남아(13.5%)를 제외한 미국(-12.0%)과 유럽연합(-9.2%), 중국(-3.0%), 일본(-5.3%) 등 주요국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본원소득수지(해외에서 우리나라 국민이나 기업이 일하거나 투자해서 번 돈)는 20억7000만달러(2조9047억원) 흑자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다만 분기 배당 지급 영향에 전월(29억5000만달러)보단 흑자 폭이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10억7000만달러) 등을 중심으로 21억2000만달러(약 2조974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한은은 이달 경상수지가 100억달러(14조325억원)를 넘을 것으로 봤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9월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분기 배당 영향 소멸 등으로 흑자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 관세 영향은 아직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내년에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