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4일 연속 상승…셧다운 불확실성 속에서도 낙관론 우세
제약주 강세·금리 인하 기대가 증시 밀어올려 정치권은 단기 예산안 합의 불발로 혼란 지속
미국 뉴욕증시가 연방정부 셧다운 돌입에도 불구하고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시장은 셧다운을 단기적 현상으로 판단하며 낙관적 시각을 유지했다.
제약업종 강세와 금리 인하 기대가 증시를 지탱한 가운데, 의회 교착 상태로 행정 공백은 불가피해졌다.
◆ 정부 폐쇄에도 증시는 신기록 경신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21포인트(0.09%) 상승한 46441.1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2.74포인트(0.34%) 오른 6711.20, 나스닥종합지수는 95.15포인트(0.42%) 상승한 22755.16으로 마감했다. 특히 S&P500지수는 장중과 종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날부터 공식적으로 셧다운 상태에 돌입했다. 단기 예산안(CR)을 통과시키지 못한 결과다. 이에 따라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일부 공공서비스가 중단된다.
백악관은 자정 직후 홈페이지 첫 화면에 "민주당이 정부를 셧다운시켰다(Democrats Have Shutdown the Government)"는 문구를 띄우고 경과 시간을 실시간으로 표시했다.
정치권 갈등은 뚜렷하다. 민주당은 단기 예산안에 오바마케어(ACA) 세금 공제 연장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공화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상원은 9월 30일 밤, 양당이 각각 제출한 예산안을 모두 부결시킨 뒤 자정을 앞두고 산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기간 동안 복지 혜택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셧다운을 단기적 변수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과거 사례상 셧다운이 장기간 이어진 경우가 드물고, 결국 예산안 합의로 귀결된다는 경험이 시장 참여자들의 낙관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벨리어앤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나벨리어 설립자는 "시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며 "추세는 여전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저점매수자들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약주 급등·고용 부진이 오히려 호재로
이날 증시는 제약주 강세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상승 모멘텀을 얻었다. 화이자가 일부 의약품 가격을 내리고 향후 3년간 7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뒤 관세 유예를 확보하면서 제약업계 전반으로 낙관론이 확산됐다.
화이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6%대 상승을 기록했고, 일라이릴리는 8.18% 급등했다. 머크 또한 7.39% 상승했다.
BMO캐피털마켓츠의 에반 지거맨 분석가는 "화이자 거래는 실질적으로 일라이릴리 같은 다른 제약사(빅파마)에게 모델이 되고 있다"며 "의약품 가격 협조와 정책 준수 사이의 균형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의료·건강 업종 전반은 3% 이상 뛰어오르며 지수를 견인했다.
한편 민간 고용지표 부진은 오히려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우며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9월 민간 고용은 전달 대비 3만2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예상치인 5만명 증가를 크게 밑돈 수치다. 8월 수치도 당초 5만4000명 증가에서 3000명 감소로 수정됐다.
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까지 기준금리가 50bp 인하될 확률은 86.7%로 반영됐다. 전날 77.3%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75bp 인하 가능성도 소폭 반영됐다. 이른바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로 작용한 셈이다.
◆ 기술주·자원주도 강세…제조업 지표는 개선
대형 기술주 가운데서는 메타만 2.32% 하락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오라클은 2.76% 올라 시가총액 8000억달러 선을 회복했다. 반도체업체 인텔은 AMD의 칩 위탁생산 논의 소식에 7% 넘게 급등했다.
자원 관련 종목도 움직였다. 캐나다 광산업체 리튬아메리카스는 미국 에너지부가 지분 5%를 취득했다는 소식에 23% 폭등했다.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 역시 관세 영향이 제한적인 호실적 발표로 6% 상승했다.
미국 제조업 지표는 예상치를 상회했다. 공급관리협회(ISM)는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월 48.7에서 상승했고 시장 예상치 49.0도 웃돌았다. 여전히 경기 위축을 시사하는 50 아래 수준이지만 개선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전날 대비 0.01포인트(0.06%) 오른 16.29를 기록해 시장 불안이 크지 않음을 보여줬다.
◆ 정치 갈등은 여전…증시 낙관론 시험대 될 듯
이번 셧다운 사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단기 예산안을 둘러싸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민주당은 ACA 세금 공제 연장 포함을 요구했고, 공화당은 이를 거부했다. 백악관과 의회가 강경 대치하면서 단기 합의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궁극적으로 양당이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타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을 기회 삼아 복지 지출 축소를 언급한 것은 사회적 논란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보다는 오히려 기업 실적과 금리 인하 전망, 제약업계 호재가 더 크게 작용했다.
문제는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다. 연방 공무원의 무급휴직 장기화, 공공서비스 차질, 소비심리 위축 등이 누적되면 결국 기업과 시장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낙관론이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