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앞바다에 100만 일자리 묻혔다…“정부 정책 없인 NDC 달성 불가능”

녹색전환硏, 전남 해상풍력 효과 분석…98조 이익 전망 인프라·인허가·전력망, 해상풍력 산업 발전 ‘발목’ 잡아 “정부 과감한 정책 지원 등 특단적 조치 필요해”

2025-10-01     장지현 기자

전라남도 앞바다에 잠재된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한국 경제의 지형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사업 기간 47년간 약 157조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돼 전국적으로 100만개에 육박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십조원의 경제적 편익을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현실의 거대한 장벽에 부딪혀 날갯짓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취약한 항만·전력망 인프라와 서류의 산에 가로막힌 인허가 절차라는 '세가지 족쇄'가 단단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감한 결단과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은 물론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도 요원하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해상풍력을 하면 뭐가 좋은데?'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장지현 기자

1일 녹색전환연구소와 국내 비영리단체 오션에너지패스웨이는 서울 국회에서 ‘해상풍력을 하면 뭐가 좋은데?’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연구소가 오션에너지패스웨이의 의뢰로 수행한 ‘전남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경제·환경·사회적 효과 분석’ 연구 결과를 요약해 발표하고, 해상풍력 보급을 위한 전략 방향도 제시됐다.

연구소와 오션에너지패스웨이의 연구 결과 전남 해상풍력 18GW(기가와트) 사업은 경제·환경·사회 전반에서 수십조원 규모의 편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해상풍력 프로젝트에는 사업 기간 47년에 걸쳐 약 157조원이 투입된다. 연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는 최대 98조원의 부가가치와 100만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으며, 전남 지역만 놓고 보더라도 최대 44조원 부가가치와 47만개 일자리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전남의 지역총생산이 연간 약 100조원인데, 해상풍력 투자가 그 10% 수준에 해당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고령화와 산업 구조 위기에 직면한 전남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녹색전환연구소

재생에너지 사업인 만큼 환경적 효과는 당연히 기대된다.

해상풍력 18GW가 본격 가동되면 25년간 약 4억9000만톤의 온실가스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로 환산할 경우 45조~85조원에 달한다.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물질은 최대 66만톤 줄어들어 주민 건강 증진과 기후재난 피해 예방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팀장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저감은 국민 삶과 직결되는 편익”이라며 “해상풍력은 전력 사업을 넘어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사회 구조를 바꾸는 효과도 기대된다. 연구진은 전남 해상풍력 운영으로 연간 1000억원 수준의 지방세 수입이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이익공유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경우 주민 1인당 연평균 33만원에서 56만원, 전체 가동 시점에는 최대 100만원까지 배당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주민 1인당 소득을 1.3~2.3% 끌어올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상대적 빈곤율 같은 지표를 유의미하게 개선하는 효과를 낳는다.

장다울 오션에너지패스웨이 한국 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녹색전환연구소

항만·전력망·인허가에 가로막힌 현실

막대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해상풍력의 현실은 암담하다. 장밋빛 미래를 가로막는 세 개의 거대한 족쇄 때문이다.

장다울 오션에너지패스웨이 한국 대표는 “한국이 가진 해상풍력 잠재량은 600GW 이상이고 탄소중립을 위해선 최소 150GW가 필요하지만 현재 보급 실적은 0.3GW에 불과하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정부가 2030년까지 14.3GW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달성률은 고작 2%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첫 번째 족쇄는 '항만 인프라' 부족이다. 해상풍력 터빈은 높이가 200미터가 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이를 조립하고 바다로 운반하기 위해서는 넓은 부지와 특수 장비를 갖춘 배후 항만이 필수적이다.

토론에 참석한 심현보 KCH안좌쏠라시티 대표는 “해상풍력 설치에 필수적인 배후 항만 및 설치선(WTIV) 등의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현재 국내에서 그나마 역할을 할 수 있는 목포신항의 연간 설치 용량은 600MW 수준에 불과해 대규모 보급 계획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필요한 무기는 있는데 총알을 생산할 공장이 없는 셈이다.

두 번째 족쇄는 더 심각한 '전력 계통' 문제다.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 등 수요지로 보낼 '혈맥'이 막혀있다. 이윤영 CIP에너지허브 부문 한국 대표는 “재생에너지가 집중된 호남 지역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올 육상 송전망 보강 계획 완공이 2036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당장 전기를 만들어도 보낼 길이 10년 넘게 막혀있다는 의미다. 그는 “육상망 혼잡 문제와 별개로 해상풍력 단지를 그리드에 연결할 '접속점' 자체가 부족한 것이 프로젝트 지연의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족쇄는 '인허가 지연'이다. 하나의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려면 해수부 국방부 환경부 등 수많은 부처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심현보 대표는 “사업자가 여러 부처를 전전하다 보면 수년이 훌쩍 지나간다. 이 기간 금융비용과 기회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영국처럼 단일 창구에서 모든 인허가를 처리하는 '원스톱 인허가'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녹색전환연구소

“과감한 정책과 제도 개선 없인 목표 달성 어려워”

토론자들은 막대한 잠재력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과감하고 실험적 정책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다울 대표는 “정부의 2030년 해상풍력 14.3GW 목표 달성이 가능하려면 항만 인프라 확충, 전력망 증설, 원스톱 인허가 제도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공기업, 민간, 국내외 합작 등 다양한 개발 모델을 허용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평가해 한국 환경에 가장 효율적이고 지연 없는 사업 추진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동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팀장은 “해상풍력의 긍정 효과는 분명하지만, 설득 논리는 대상별로 달라야 한다”며  “주민에게는 세수와 일자리, 산업계에는 공급망 기회, 국가 전체에는 전력 단가와 탄소 감축이 각각 논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해상풍력 사업자가 내는 국세의 일정 부분을 지자체에게 과감하게 이양하는 특별법적 조치도 제안했다.

심현보 대표는 인허가 지연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사업자가 여러 부처를 전전하다 보면 수년씩 지연된다. 이는 곧 사업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영국처럼 ‘원스톱 인허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해상풍력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균형발전,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국가적 과제”라며 “국회 차원의 입법과 예산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소희 의원은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간사로 해상풍력 특별법을 발의해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제도와 위원회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전남 해상풍력의 경제·환경·사회적 효과와 같은) 데이터가 나와야 국민들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며 “에너지가 곧 산업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해상풍력 보급이 계획대로 갈 수 있도록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