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배리어프리’는 복지가 아닌 성장 전략

장애인 사용자 직접 참여시켜 기능 고도화, ‘모두의 콘텐츠’ 경험 내세워 시장 리더십 강화

2025-10-01     최진홍 기자

넷플릭스가 ‘모두를 위한 접근성 기능’에 대한 철학과 구체적인 사례를 담은 ‘Beyond Barriers(배리어프리 사례집)’를 1일 전격 공개했다.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격화되는 OTT 시장에서 ‘콘텐츠 경험의 완전한 평등’을 무기로 잠재 고객층을 끌어안고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핵심 성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사례집 발간과 함께 서울맹학교와 서울애화학교 학생 200여 명을 초청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 화면해설 버전 특별 상영회를 열었다. 이는 배리어프리가 소수를 위한 시혜적 조치가 아닌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즐기는 권리라는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철학을 명확히 보여주는 행보다.

이번에 공개된 사례집은 넷플릭스가 접근성 기능을 어떻게 고도화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의 경우 ‘쿵 소리가 울린다’ 같은 설명 대신 ‘쿵!’처럼 직관적인 의성어를 사용하고 ‘긴장감을 주는 째깍째깍 효과음’처럼 소리의 맥락을 더해 이해를 돕는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호흡이 빠른 예능에 두 명의 성우를 기용하는 ‘투-보이스’ 전략이나 대사와 해설이 겹치지 않게 오디오 채널을 분리하는 기술을 도입해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실제 장애인 사용자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넷플릭스 배리어프리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는 최하늘 수어 강사는 “배리어프리 서비스는 비장애인 친구들과 트렌드를 공유하고 대화에 참여하게 해주는 소중한 ‘소통의 다리’”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저시력 당사자이자 화면해설 작가인 강내영 작가는 “작가로서의 능력에 더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제작 과정에서의 협업도 강조했다.

결국 넷플릭스의 전략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가장 완벽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경쟁사들과의 차별점을 만들고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패트릭 플레밍 넷플릭스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시니어 디렉터는 “모든 회원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접근성 기능이 부가 서비스가 아닌 모두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일상의 일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상영회에 참석한 시각장애인 허우령 아나운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시기에 콘텐츠를 즐기고 싶다는 갈증을 넷플릭스가 해소해주고 있다”면서 “넷플릭스처럼 주체적 참여를 가능케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접근성”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배리어프리는 단순히 누군가를 위한 혜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 모든 회원이 같은 지점에서 울고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