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배터리 ‘기술 초격차’로 中 인해전술 돌파 "정부 지원도 절실"

SNE리서치 특허 분석, 양은 中·기술 질은 韓日 잡아 파나소닉 ‘무양극’·K배터리 ‘전고체’로 차세대 기술 전략

2025-09-29     장지현 기자
사진=셔터스톡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로 글로벌 배터리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기술 초격차’를 기반으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일본 파나소닉은 ‘무양극’ 배터리라는 신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한국 배터리 3사는 프리미엄 시장을 사수함과 동시에 차세대 기술 상용화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2025 리튬이차전지 핵심 특허분석: NCM 양극소재’에 따르면, 올해 기준 중국 배터리 특허 건수는 전체의 44%(3935건)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은 ▲유럽(12%, 666건) ▲미국(12%, 1109건) ▲일본(16%, 1390건) ▲한국(11%, 1130건)과 비교해도 월등한 건수다.

다만 실질적인 기술력이나 산업적 영향력을 나타내는 ‘유효특허(특허 피인용 20회 이상)’ 기준으론 한국과 일본 업체의 기술력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상위 유효특허 보유 기업은 ▲삼성SDI 23건 ▲AGC SEIMI 19건 ▲LG화학 17건 ▲미츠비시 11건 등이었다.

특허 양적 공세에선 중국이 앞서지만, 실제 시장과 직결되는 핵심 특허 경쟁력에선 한·일 업체가 기술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정부의 적절한 지원만 이어진다면 반격의 기회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사진=파나소닉 누리집 갈무리

日 파나소닉 “2년 내 획기적 EV 배터리 개발 목표”

일본 기업 파나소닉은 최근 새로운 유형의 고용량 배터리를 개발해 차세대 기술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파나소닉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제조 단계에서 배터리의 양극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처음 충전된 후 배터리에 리튬 금속 양극이 형성돼 배터리 셀 내부에 더 많은 양극 활물질(니켈, 코발트, 알루미늄)을 채워 넣을 공간을 확보하게 해 준다.

개발에 성공 시 에너지 밀도는 기존 대비 25% 이상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7년 말까지 기술을 상용화해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의 전기차(EV)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며, 테슬라 ‘모델 Y’의 주행거리를 90마일(약 145km)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가격 측면에서 값비싼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니켈 함량 비율을 점차 줄여 나가겠다는 목표다.

'인터배터리 2025'에서 공개된 46파이 배터리 라인업. 사진=삼성SDI

K배터리, 하이니켈·차세대 전고체 개발 ‘총력’

한국 배터리3사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 전략에 전방위적 태세를 보이고 있다.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NCA(니켈·코발트·알루미뉴)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함량을 95~96% 이상으로 올리면서도 안정성과 수명을 확보하는 양극재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양극 표면을 덮는 기술인 코팅을 넘어 입자 간 경계까지 보호하는 표면 보호 기술을 개발 중이며, 다양한 형태의 소재를 혼합해 성능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 91%의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해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였다. 이를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 30% 확대, 충전 속도 50% 단축 등 기능적 개선을 목표로 하겠다는 전략이다.

2019년 니켈 함량을 약 90%로 높인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SK온도 프리미엄, 고성능 전기차에 하이니켈 NCM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탄탄한 기술력을 지닌 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ASB) 상용화에도 속도전을 벌이는 중이다.

불이 붙을 수 있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고체 배터리는 불연성인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폭발이나 화재 위험을 낮춰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일찍이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을 시작한 삼성SDI는 2023년 수원 연구소에 국내 최초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S라인’을 준공한 이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내세우며 900Wh(와트시)/L 에너지 밀도 달성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SK온도 전고체 배터리 제작을 위한 파일럿 단계(양산 전 예비 생산)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상용화 시점을 2029년으로 설정했다.

LG엔솔은 충북 청주시 오창 공장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건설 중으로 2030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배터리. 사진=챗GPT

‘기술력’ 핵심 전략일 듯…업계 “그만큼 정부 지원도 필요해”

업계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강화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게 기회가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수혜에 힘 입어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이는 것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 전략의 핵심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영준 가천대 화학생명배터리공학부 석좌교수는 지난 17일 열린 ‘KABC 2025’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R&D(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 기술력을 확보해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만큼 정부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국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탄탄한 지원이 있었다. 2015년 이후 중국 정부는 대규모 산업 보조금과 직간접 전기차 보조금 등을 지원하기 시작해, 자국 기업이 원자재를 저가로 수급하고 대량설비를 구축하도록 지원해 공급망 안정성과 가격졍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다.

노명호 삼성SDI 그룹장은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개최된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중국은 큰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모든 밸류체인을 안에서 조달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시기를 놓치면 더 힘든 상황이 될 것이고, PTC건 ITC건 가리지 않고 지원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