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눈'으로 농사 짓는다…오라클, AI로 국가 식량안보 통제탑 구축 선언

위성·기상·토양 데이터 AI로 융합, 수확량 예측하고 가뭄·병충해 경고…IT 공룡들의 '애그리테크' 전쟁 격화

2025-09-29     최진홍 기자

IT 기업 오라클이 인공지능(AI)과 위성 기술을 결합해 국가 전체의 식량 시스템을 관리하는 AI 솔루션 ‘오라클 거버먼트 데이터 인텔리전스 포 애그리컬쳐’를 29일 발표했다. 이는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위기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IT 기술을 통해 한 국가의 농업 전체를 관제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 정부는 그동안 가뭄이나 병충해, 수확량 부족이나 과잉 생산 같은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필요한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오라클의 새 솔루션은 이러한 ‘깜깜이 농정’의 판도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를 기반으로 위성 이미지, 기상 데이터, 세부 토양 정보, 과거 작물 기록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AI가 이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의 작물 수확량을 수개월 전에 예측하고 잠재적인 식량 위협을 탐지하며 정부의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 국가가 농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사진=오라클

마이크 시실리아 오라클 CEO는 “식량 안보는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과제”라며 “클라우드 컴퓨팅 AI 위성 기술을 하나의 안전한 시스템으로 통합해 각국이 식량 시스템의 회복탄력성을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오라클의 이번 발표는 ‘애그리테크(AgriTech)’가 IT 공룡들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구글은 농업 데이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바이엘에 인수된 몬산토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처방식 재배’를 보급하고 있다. 오라클은 이 경쟁에서 B2G(기업-정부 간 거래) 시장을 정조준해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실제 아프리카 르완다는 오라클과의 협력을 통해 이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파울라 잉가비레 르완다 정보통신혁신부 장관은 “오라클과 협력해 AI 기반 솔루션이 작물 생산을 예측하고 우리 국민을 위한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함으로써 보다 회복탄력적인 식량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솔루션이 제공하는 종합 대시보드는 국가의 주요 농업 과제와 전망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잠재적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경고를 보낸다. 정부 책임자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을 수립하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