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好不好③] 혁신은 저항을 먹고 자란다

카카오의 도박은 성공할 것인가

2025-09-28     최진홍 기자

카카오톡 대개편이 불러온 파장이 일파만파다. "과연 파괴적 혁신은 언제나 옳은가?" 앱 마켓의 빗발치는 혹평과 싸늘하게 돌아선 여론은 카카오가 사용자의 신뢰를 저버린 '오만한 거인'이라는 낙인을 찍는 듯하다.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히 '잘못된 업데이트'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카카오의 이번 선택은 서툴고 거칠었지만 결국 가야만 했던 유일한 길이었으며,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진 거인, 현상 유지는 곧 죽음이다
비즈니스 이론의 고전인 ‘혁신가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는 카카오의 상황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 이론은 시장을 지배하는 선도 기업이 기존 고객의 요구에만 충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에 안주하다가 파괴적 기술로 무장한 후발 주자에게 시장을 잠식당하며 몰락하는 현상을 지적한다. 그리고 지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15년간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라는 절대적인 지위를 누렸다. 그리고 이 성공 방정식은 너무나 강력해서 오히려 스스로를 변화시킬 동력을 앗아갔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안정적이고 빠른 메신저' 기능에만 집중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가장 안전한 전략이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었다. 카카오가 안주하는 동안, 글로벌 빅테크들은 메신저를 넘어선 새로운 전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챗은 이미 결제, 쇼핑, 공공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슈퍼앱'으로 진화했고,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통해 소셜과 커머스를 완벽하게 융합했다. 

AI 기술은 검색의 시대를 끝내고, 모든 서비스의 작동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카카오가 계속 '메신저'라는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렀다면 그 미래는 파멸뿐이다. 평소 카톡을 잘 쓰지도 않을 것 같은 MZ 대통령 각하께서 대중의 분노를 선동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 움츠러들기만 했다면 카카오톡의 앞길은 천길 낭떠러지일 뿐이다. 무료로 사용하는 서비스에 지나치게 감정이입해 "도대체 이게 그 정도로 분노할 일인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방구석 여포들의 히스테리컬한 신경질에 고개를 숙인다면 공포뿐이다.

통신사들이 데이터 통신망만 제공하는 '덤 파이프(Dumb Pipe)'로 전락했듯, 카카오톡 역시 AI 시대의 새로운 플랫폼들에게 트래픽만 제공하는 단순 통로로 전락하는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속도로의 대명사인 통신사마저 초유의 해킹 사태에도 불구하고 AI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카카오의 이번 개편은 미래의 '도태'를 피하기 위한 선제적인, 그리고 필사적인 '자기 파괴' 과정이다. 카카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AI 카나나. 사진=카카오

정교한 전략 필요
물론 히스테리의 이면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사용자들이 보여주는 극렬한 저항의 배경은 무엇일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익숙함을 선호하고 자신의 습관이 깨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그리고 15년간 축적된 카카오톡의 '디지털 근육 기억'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 거의 무의식적인 일상의 일부였다. 그리고 이번 업데이트는 그 견고한 습관의 성벽을 예고 없이 허물어뜨리면서,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디지털 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심리적 불안감과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역사적으로 모든 위대한 혁신은 이와 같은 저항에 부딪혔다. 2006년 페이스북이 '뉴스피드'를 처음 도입했을 때, 사용자들은 "내 사생활을 침해하지 말라"며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반대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결국 뉴스피드는 소셜 미디어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실패의 역사도 있다.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8에서 '시작 버튼'을 없앴다가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다음 버전에 부활시켜야 했다.

이 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은 명확하다. 파괴된 익숙함의 고통보다, 새로운 방식이 제공하는 가치가 압도적으로 더 큰가? 카카오의 승패 역시 여기에 달려 있다. 현재 사용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즉각적이고 명백하지만, 카카오가 약속하는 'AI 기반의 통합 플랫폼'이 제공할 가치는 아직 추상적이고 미완성 상태다. 카카오는 앞으로의 신속하고 지혜로운 업데이트를 통해, 이 가치의 실체를 사용자들에게 증명해 보여야만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지금의 혼란은 과도기적 현상이다. 당분간은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카카오톡의 진정한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AI '카나나'가 사용자의 대화와 행동 데이터를 학습하며 고도화될수록, 현재의 단점들은 점차 장점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카나나 대화요약. 사진=카카오

고통스러운 탄생,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미래
카카오톡의 대개편은 명백히 소통이 부족했고 실행은 거칠었으며, 사용자에 대한 배려는 미흡했다. 그로 인한 단기적인 신뢰 하락과 혼란은 온전히 카카오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오에도 불구하고 카카오가 선택한 방향성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오히려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가야만 했던 필연의 길이다. AI가 모든 산업의 규칙을 다시 쓰는 시대에 '국민 메신저'라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것은 조용한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로의 전진'을 어떻게 현명하게 이뤄낼 것인가의 문제인 배경이다. 인스타그램처럼 변하면서 광고 수익을 올리고, 소셜 커머스로 진화하며 새로운 플랫폼 전략을 가동해야 하는 순간이다. 카카오톡 개편의 핵심이자, 나아가야 할 길이며 동시에 유일한 미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