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주담대 증가폭 1년 반만에 최소…집값 상승폭은 되레 커졌다

신규주담대 취급액도 8월보다 33%↓

2025-09-28     김호성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면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꺾였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1년6개월 만에 최소치로 떨어졌고, 신규 주담대 취급액도 지난달보다 30% 이상 줄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출 위축과 가격 상승의 괴리가 커지는 가운데, 현금 위주 일부 거래가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대출은 막혔지만 집값 기대심리는 여전

금융권에 따르면 9월 들어 25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63조2715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373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월 증가액(3조9251억원)과 비교하면 3조5521억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올해 1월 감소세(-4762억원)를 기록한 이후 8개월 만에 최소 증가 폭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은 608조1913억원으로, 전월 대비 519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작년 3월(-4494억원)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반면 신용대출은 2459억원 줄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신규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는 급감했다. 9월 1일부터 25일까지 5대 은행의 신규 주담대 취급액은 5조5008억원으로 8월(8조2586억원)보다 33% 감소했다.

일평균 취급액도 2664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17% 줄었다. 6·27과 9·7 대출 규제로 한도가 축소됐고, 대출모집인 취급 중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이달 들어 25일까지 승인한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965건은 6·27 규제 이전 계약 관련 대출이고, 2009건은 6 ·27 이후 계약 관련 대출이었다.

하지만 건당 대출 승인 금액은 6·27 이후 건이 평균 2억3000만원으로, 6·27 이전 건(3억3000만원)보다 1억1000만원 적었다.

◆ 서울집값 3주째 상승폭 확대…한은 "집값 상승세 둔화 제한적" 우려

그러나 대출 감소에도 서울 집값의 상승 속도는더 빨라지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9%로, 전주(0.12%)보다 0.07%포인트 확대됐다. 이달 들어 상승률은 3주 연속 확대되며 0.08%→0.09%→0.12%→0.19%로 이어졌다.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묶는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담대나 거래 자체는 확실히 줄었다"면서도 "현금을 보유한 일부 매수자가 대출 없이 주요 지역 아파트를 사들이고, 신고가 거래가 나오면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서울 부동산 가격상승 기대가 여전한 가운데, 주요 지역의 일부 거래가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기는 현상이 이어질 경우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확산돼 가계대출의 증가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 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최근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책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는 약해졌지만,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가 여전히 제한적인 만큼 주택시장 기대심리 관리를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주택가격·가계부채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응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다고 해도, 서울 집값 자체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p 낮추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