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家 남매 분쟁’ 승기 잡은 윤상현…경영 쇄신 본격화되나
윤상현,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과반 확보 대표 교체 포함 사업 재편 본격화 가능성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공식 선임되면서, 한국콜마그룹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잠정적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주총 결과로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며 경영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우여곡절 끝 열린 임시주총, 윤상현 승리로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날 제12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윤상현 부회장과 이상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날 통과된 신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콜마비앤에이치의 부진한 실적이 모회사인 콜마홀딩스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경영진 교체가 필요하다는 윤 부회장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이에 맞서 부친 윤동한 콜마홀딩스 회장과 여동생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는 임시주총 소집을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결국 수 개월간 이어진 공방 끝에 열린 이번 주총은 콜마그룹 지배구조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받았다.
최대 변수는 전체 지분의 36.62%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었다. 콜마비앤에이치 최대주주는 콜마홀딩스로, 지분 44.63%를 확보하고 있다. 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 역시 31.75%를 확보한 윤 부회장이다. 반면 윤 회장과 윤 대표의 지분은 각각 1.11%, 7.78%에 그친다. 소액주주의 지지를 확보해야만 신규 사내이사 선임안을 저지할 수 있던 셈이다.
그러나 소액주주의 표심 역시 윤 부회장 쪽으로 기울면서, 이변 없이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된 모습이다. 이로써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구도 역시 단숨에 뒤집혔다. 그동안 윤 부회장 측 3명과 윤동한 회장·윤여원 대표 측 3명이 맞서는 팽팽한 3대3 구도였으나,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윤 부회장 측이 5명을 확보하며 5대3으로 과반 우위를 점하게 됐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의결 결과는 경영 정상화를 바라는 주주들의 의지가 반영됐다”라며 “앞으로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전문경영인 체제 복원을 통해 콜마비앤에이치를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재정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재편 가속 전망…대표 교체 가능성도
다음 시선은 자연스럽게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 재편과 경영권 향방으로 쏠리고 있다. 앞서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이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쇄신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 대안으로 윤 대표를 포함한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고,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콜마홀딩스 역시 “현재 경영진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한계가 있어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기업으로 리포지셔닝할 계획”이라며 “실제 지난 5년간 실적과 시가총액, 주가 등 주요 경영 지표에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업 재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콜마그룹은 이미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에 안주하지 않고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특히 ‘윤상현 부회장 → 콜마홀딩스 → 콜마비앤에이치’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강화된 만큼,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최적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재정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사회에서 윤여원 대표의 해임 가능성도 거론된다.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는 윤 부회장과 함께 이번에 사내이사로 새로 합류한 이상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이 유력하게 꼽힌다. 이 전 부사장은 식품·바이오 분야 신규 사업 개발과 글로벌 경영을 직접 주도한 전략기획 전문가로 평가받아, 경영 쇄신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번 임시주총은 윤 부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콜마그룹 오너가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5월 30일 윤 회장이 윤 부회장을 상대로 과거 증여한 주식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첫 변론기일은 오는 10월 23일로 예정되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확실한 승기를 잡으면서 남매 간 갈등은 일단락된 분위기지만, 윤 회장이 제기한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이 남아 있어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며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권 안정과 그룹 이미지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경영권 구도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