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반짝’ 개선…10월 전망은 관세 불확실성에 ‘먹구름’

9월 CBSI 91.6…반도체 호조에도 화학·車부품 부진에 소폭 개선

2025-09-26     이혜진 기자

반도체 업황 호조와 소비쿠폰 효과 등으로 기업 체감경기가 두 달 연속 개선됐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음 달 전망은 다시 어두워졌다.

26일 한국은행의 ‘9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0.6포인트(p) 상승한 91.6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91.8)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제조업 CBSI는 93.4로 전월 대비 0.1p 오르는 데 그쳤다.

반도체 수출 호조세와 무선통신기기 신제품 출시 효과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이 크게 개선됐지만 다수 업종의 부진이 상승 폭을 제한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화학물질·제품 업종의 업황이 나빠졌고 자동차 부품과 타이어 업체를 중심으로 고무·플라스틱 업종도 악화했다.

자료=한국은행

비제조업 CBSI는 1.1p 상승한 90.5를 기록하며 개선세를 이끌었다. 명절 수요와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정책 효과로 도소매업의 업황과 채산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공공부문 수주가 늘면서 토목·플랜트 설계 업체를 중심으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의 체감 경기도 개선됐다. C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다만 호전된 분위기는 한 달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월 CBSI 전망치는 88.5로 이달보다 3.3p나 하락하며 한 달 만에 다시 90선 밑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전망은 1차 금속, 화학, 고무·플라스틱 업종을 중심으로 2.7p 내린 89.4를 기록했고, 비제조업 전망 역시 운수창고업과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3.6p 하락한 87.9로 조사됐다.

한은은 “대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 지연으로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추석 연휴로 영업일수가 감소하는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수기업의 불안감이 컸다. 10월 전망치를 보면 수출기업은 0.3p 상승했지만, 내수기업은 4.9p 급락해 대조를 이뤘다. 대기업(-3.0p)과 중소기업(-2.9p) 전망도 동반 하락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경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내수 부진’(제조업 28.1%, 비제조업 23.8%)을 꼽았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그 뒤를 이었다.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를 종합한 9월 경제심리지수(ESI)는 91.3으로 전월보다 3.3p 하락했다. 다만 계절적 요인을 제거해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ESI 순환변동치는 92.3으로 0.6p 올라 상승 기조를 이어갔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전국 3298개 법인기업이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