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자영업자 연체율 3배 급등…“빚 갚으려 또 빚 내는 구조”
3년 새 연체율 4.76%→11.34%…대출 절반은 2금융권, 노인 비중도 높아
경기 부진이 길어지며 ‘빚으로 빚을 막는’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저소득·저신용 ‘취약 자영업자’의 부실이 빠르게 늘고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는 43만7000명, 이들의 대출 총액은 130조2000억원이다. 전체 자영업자 중 취약차주 비중은 2022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상승해 14.2%를 차지했다.
이들의 상환 능력은 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자영업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올해 2분기 11.34%로 3년 전(4.76%)보다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 증가 폭(6.20%→10.4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대출의 질도 나빠졌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의 53.9%는 제2금융권 대출이었다. 이는 3년 전(45.1%)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 의 대출 비중(28.7%)이 20~30대(8.7%)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한은은 기자설명회에서 취약 자영업자의 증가는 신규 대출자가 아닌 기존 대출자가 소득 감소 등으로 취약 계층이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자영업 인구의 고령화 추세가 카드론 등을 이용하는 고령 취약자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번 연체에 빠진 이들이 빚의 굴레를 벗어나기도 힘들어졌다. 신규 연체 진입률과 연체 지속률이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자영업 취약자의 연체 지속률은 3년 전 71.0%에서 79.4%로 크게 늘었다.
한은은 이들의 부실이 다른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선제적 대손충당금(떼일 돈에 대비한 비상금) 적립 등 위험 관리를 주문했다. 아울러 맞춤형 채무조정, 소득 회복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의 상환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