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간다...삼성 최원준 사장 "올해 4억대 기기에 갤럭시 AI 담겠다" [스냅드래곤 서밋 2025]
"앰비언트 AI 시대, 갤럭시가 열 것" 퀄컴과 협력 더 깊어질 듯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사장)이 24일(현지시간) 스냅드래곤 서밋 2025 무대에 올라 삼성과 퀄컴의 수십 년에 걸친 파트너십을 조명하는 한편 ‘갤럭시 AI’를 넘어 기술이 보이지 않는 ‘앰비언트 AI(Ambient AI)’라는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지난해 노태문 사장(현 DX부문장 직무대행)이 7년 만에 퀄컴 행사에 참석해 갤럭시 AI의 비전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는 최원준 사장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퀄컴의 가장 중요한 행사에 2년 연속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연말까지 4억대 이상의 기기에 갤럭시 AI를 확장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해 노태문 사장이 “연말까지 2억대 이상의 갤럭시 기기에 갤럭시 AI를 확장할 것”이라 밝힌 것을 고려하면 두배의 목표치다.
현장에 등판한 최 사장은 삼성과 퀄컴이 단순한 기술 파트너를 넘어 모바일 시대의 지형도를 함께 그려온 동반자임을 강조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수십 년간 퀄컴과 삼성은 단순히 기술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연결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했다"면서 "모바일 통신을 개척하는 것부터 갤럭시를 위한 맞춤형 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여정은 항상 경계를 허무는 것"이라 말했다.
양사의 협력이 스마트폰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PC, 웨어러블, XR(확장현실) 기기를 아우르는 전체 갤럭시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최 사장은 “이 여정은 스마트폰을 넘어 PC, 웨어러블, XR을 포함한 전체 갤럭시 생태계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면서 "‘갤럭시용 스냅드래곤’은 온디바이스 AI부터 강력한 멀티모달 기능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AI 경험을 제공하는 심장부에 항상 있었으며 그것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힘을 실어준다"고 말했다.
갤럭시 AI의 진화 단계를 차근차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갤럭시 사용자들에게 가능한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2년 전 갤럭시 S24로 삼성은 세계 최초의 AI 폰을 선보였고, 모바일에서 처음으로 온디바이스 AI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올해 초 갤럭시 S25를 통해 우리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뤘다. 이제 인간과 같은 AI 에이전트가 문맥을 해석하여 텍스트, 음성, 시각을 통해 당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 AI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퀄컴과 같은 업계 최고의 파트너들과 함께, 삼성은 올해 말까지 4억대 이상의 기기에 갤럭시 AI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갤럭시 AI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그리는 궁극적인 AI의 모습인 ‘앰비언트 AI’를 제시했다. 그는 “매일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AI의 다음은 무엇인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의미 있는 경험, 자연스러워서 기술의 존재를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돌파구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도전"이라며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의 필요를 예측하며, 보이지 않지만 선제적으로 작동하는 기기들이 바로 앰비언트 AI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 혁신의 불꽃은 온디바이스 AI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최 사장은 미래에도 퀄컴과의 협력 관계가 더욱 굳건해질 것임을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시장 격변의 모든 중요한 순간마다 퀄컴의 가까운 파트너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면서 "협력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 말했다.
연설을 마친 그는 “가기 전에, 다른 친구와 함께 이 순간을 포착하자”며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를 무대 위로 불러 함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양사의 두터운 신뢰와 미래를 함께 열어갈 강력한 파트너십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한편 최원준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차석으로 입학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부터 퀄컴에서 시니어 디렉터로 근무하며 무선 칩셋 개발을 담당해 양사의 기술적 언어와 문화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 사장의 하와이'행'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삼성의 모바일 전략 최전선에 서서 퀄컴과의 협력을 직접 조율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단순한 파트너십 이상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삼성의 강력한 의지다.
실제로 최 사장은 2016년 삼성에 합류한 이후 갤럭시 AI 전략을 주도하며 올해 3월 부사장 직급을 뛰어넘어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삼성 내부에서 그의 리더십과 기술적 통찰력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그런 그가 퀄컴 무대에 선다는 것은 양사 협력이 이제 단순한 칩셋 구매 계약을 넘어 공동 개발과 최적화라는 더 내밀한 관계로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구매액은 7조78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급증했으며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Z폴드7에는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 칩셋이 탑재되며 동맹 관계를 과시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최 사장의 이번 방문은 이러한 AI 협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양사의 관계는 단순한 협력만으로는 정의할 수 없다. 삼성이 자체 칩셋인 ‘엑시노스’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며 퀄컴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Z플립7 일부 모델에 처음으로 엑시노스가 탑재됐고 2026년 출시될 ‘갤럭시S26’ 시리즈 기본형 모델에도 ‘엑시노스 2600’이 일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사장의 하와이'행'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을 아우르는 다양한 협상의 전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은 퀄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협상력을 높이려고 한다. 과거 스냅드래곤 칩셋을 전량 공급받던 것과 달리 이제 삼성은 ‘엑시노스’라는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서밋에서 최 사장과 퀄컴 경영진은 차세대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 테이블의 무게추는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최 사장 서밋 방문의 또 다른 핵심 관전 포인트는 AI를 넘어선 확장현실 XR 분야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0월 말 XR 헤드셋 ‘무한(無限·Moohan)’ 출시를 앞두고 있다.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XR2+ 2세대’ 칩셋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김기환 삼성전자 부사장이 “구글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XR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최 사장의 이번 서밋행에 더욱 관심이 커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