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혁신을 걷다 [스냅드래곤 서밋 2025]

통신 칩 강자를 넘어 ‘손안의 AI’ 시대를 열다 CDMA 신화로 시작, 스마트폰의 ‘심장’으로 군림 이제는 자동차·PC·XR로 영토 확장…'온디바이스 AI'로 미래 설계

2025-09-23     미국 하와이=최진홍 기자

퀄컴의 연례 기술 행사 '스냅드래곤 서밋'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대장정의 막을 올리는 가운데 서밋이 걸어온 10년은 모바일 통신 기술의 절대 강자를 넘어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을 호령한 '증명의 장'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의 여정은 어떨까? 퀄컴은 이제 스마트폰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인공지능(AI)을 모든 기기에 내재화하는 '온디바이스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스냅드래곤 서밋은 그 새로운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스냅드래곤 서밋 2025 현장. 사진=최진홍 기자

세상을 연결한 CDMA 신화 스냅드래곤으로, 그리고 서밋으로
퀄컴의 역사는 '연결'의 역사다. 

1985년 창립 이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2G 이동통신 시대를 연 퀄컴은 당시 경쟁 기술이던 시분할다중접속(TDMA)과의 표준 경쟁에서 승리, 단숨에 통신 기술계의 거인으로 급부상했다. 3G, 4G LTE, 그리고 현재의 5G에 이르기까지 통신 모뎀 시장에서 퀄컴이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스냅드래곤'이라는 날개도 달렸다. 실제로 퀄컴은 자사의 강력한 통신 모뎀과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시스템 온 칩(SoC) 형태의 스냅드래곤을 선보이며 판을 흔들었으며, 이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스냅드래곤 탑재'라는 말이 곧 '고성능 프리미엄 폰'이라는 공식을 성립시키기에 이르렀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지금은 상황이 또 달라졌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새로운 반등 포인트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퀄컴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섰다. 바로 '연결'이 필요한 모든 기기였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자동차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라는 통합 플랫폼을 통해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자율주행, 차량용 클라우드 등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 이미 BMW,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자동차 등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바퀴 달린 스마트폰'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라이드 플랫폼 등을 추가로 개방하며 판을 흔드는 중이다.

PC 시장 역시 퀄컴의 새로운 격전지다. 수십 년간 인텔과 AMD가 지배해 온 x86 아키텍처의 아성에 ARM 기반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통해 AI 기능이 강화된 '코파일럿+ PC'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며 '항상 켜져 있고, 항상 연결되는(Always-On, Always-Connected)' 새로운 PC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저전력으로도 강력한 성능을 구현하는 스냅드래곤의 장점은 노트북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도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에 탑재되며 가상·증강현실(XR)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도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갈무리

퀄컴의 미래 비전, '온디바이스 AI'
퀄컴이 그리는 미래의 중심에는 '온디바이스 AI'가 있다. 이는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가 작동해 반응 속도가 빠르고, 개인정보가 외부로 전송되지 않아 보안에 강하며, 사용자 맞춤형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전문가는 "퀄컴은 통신 특허라는 강력한 기반 위에 스냅드래곤이라는 성을 쌓았고, 이제 그 성에서 나와 AI라는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있다"며 "향후 10년은 퀄컴이 단순한 칩 제조사를 넘어 모든 기기를 지능적으로 연결하는 AI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냅드래곤 서밋 10주년은 지난 영광을 돌아보는 자리이자, '손안의 AI' 시대를 향한 퀄컴의 야심 찬 포부를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뜻이다.

스냅드래곤 서밋 2025 현장. 사진=최진홍 기자

혁신의 무대, 서밋
퀄컴 스냅드래곤이 모든 것의 연결을 바탕으로 다방면으로 확장되는 한편, 온디바이스AI라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도 항상 서밋이 있었다. 실제로 서밋은 스냅드래곤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축제의 장이자 혁신의 그릇으로 활동했다.

브랜드 전략이 대표적이다. 

퀄컴은 모회사인 '퀄컴'과 프리미엄 제품 브랜드인 '스냅드래곤'을 분리하는 과감한 브랜드 전략을 단행한 바 있다. 스냅드래곤이 단순한 부품(Ingredient) 브랜드를 넘어, 소비자가 직접 인지하고 원하는 '체험(Experience)' 브랜드로 격상시키기 위한 결정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퀄컴과 스냅드래곤이라는 브랜드의 무게, 나아가 그 관련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고정관념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서밋이 나섰다.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에서 스냄드래곤 서밋으로 명칭을 변경,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의 분리 및 확장을 동시에 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스냅드래곤 서밋은 퀄컴의 기술력을 알리는 행사를 넘어 스냅드래곤이 제공하는 게이밍, AI, 카메라 등 혁신적 경험의 비전을 전 세계에 더욱 극적으로 알리는 독자적인 무대로 완벽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돈 맥과이어 퀄컴 CMO는 지난해 서밋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퀄컴은 B2B 기업이지만 스냅드래곤 브랜드를 강화한 결과 스냅드래곤이 탑재된 제품은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이러한 브랜드 가치는 곧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면서 "퀄컴이 기업 B2B에서 개념을 정립했다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브랜드로인 스냅드래곤은 전 세계적인 소비자 아이코닉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와이 산불이 일어난 2023년. 서밋 현장에서 하와이 주민들을 응원하기 위한 체험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10년의 무대' 하와이와의 동행…상생의 기술을 꿈꾸다
스냅드래곤 서밋의 지난 10년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매년 행사가 열리는 '하와이'다. 최초 서밋은 뉴욕에서 열렸으나 이후로는 계속 하와이와 인연을 맺는 중이다.

퀄컴에게 하와이는 단순한 행사 장소를 넘어 혁신의 여정을 함께한 파트너와 같다. 하와이에 모여든 전 세계의 퀄컴 출입기자들이 모바일을 넘어서는 AI 전략의 큰 그림을 함께 어울려 그렸기 때문이다. 

2023년 하와이 마우이섬이 끔찍한 산불로 큰 고통을 겪었을 때에도 퀄컴의 연대는 더욱 빛을 발했다.

당시 퀄컴은 행사장 곳곳에 '하와이, 마우이와의 연대'라는 메시지를 내걸고 지역 사회의 회복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돈 맥과이어 CMO도 기조연설에서 "복구 노력을 지원하는 곳과 함께해서 영광이며, 마우이와 퀄컴의 연대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장에서는 하와이 전통 악기 연주로 꺾이지 않는 하와이의 정신을 보여주는 한편, 참가자들이 직접 전통 음식 '포이(poi)'를 만들며 지역의 '기쁜 날'이 다시 오기를 기원하고, 하와이에 서식하는 나비를 함께 날려 보내며 평화를 염원하는 등 기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상생의 가치를 실천했다.

"기술로 팬과 소통"…'스냅드래곤 인사이더즈'의 약진도 눈길

퀄컴의 '사람 중심' 행보는 비단 지역 사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 세계 테크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강력한 브랜드 지지층을 구축하고 있는 '스냅드래곤 인사이더즈' 프로그램의 약진도 눈길을 끈다. 

스냅드래곤에 대한 열정을 가진 팬들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로, 퀄컴이 B2B 기업의 이미지를 넘어 최종 소비자와 직접 교감하려는 전략적 변화를 상징한다.

인사이더즈는 서밋을 만나 더욱 강력해진다. 현장에서 만나 함께 혁신을 나누고, 스냅드래곤의 비전을 함께 체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사이더즈로 선정된 팬들은 서밋 현장에서 신제품 정보에 먼저 접근하고, 개발자와의 만남과 같은 핵심 행사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퀄컴의 기술 혁신을 가장 먼저 체험하고 자발적으로 알리는 '브랜드 앰버서더' 역할을 수행한다. 

충성도 높은 팬덤의 존재는 치열한 반도체 시장에서 퀄컴이 가진 강력한 무형 자산이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브랜드 파워를 통해서도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퀄컴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들은 서밋을 통해 더욱 뭉치고 단단해진다. 실제로 인사이더즈는 서밋 기간을 맞아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는 한편 더 강력한 브랜드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 자체로 서밋이라는 축제의 장을 더욱 역동적으로 풀어낸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