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ESS 투자 발목 잡는 ‘회수 구조’…정부, 대규모 중앙계약시장 해법 모색해야"
장기 PPA·REC 개선 등 추가 제도 필요성 대두 2차 ESS 경쟁 입찰, 비가격 평가 비중 확대 전망
민간 기업이 직류(DC)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현실적 제도가 부재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정부가 대규모 ESS 중앙계약시장 도입과 장기 투자비 회수 체계 구축 등 제도 개선에 나서며, 안정적 투자 환경 마련을 통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를 동시에 도모해 왔지만, 업계에선 제도적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장재원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부회장은 인도네시아 배터리 쇼에서 연설에 나서 “현재 전력시장 체계에서는 민간 기업이 DC ESS 설치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모델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전력 시장 구조가 기업의 DC 에너지 저장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고, 이로 인해 국가의 설치 용량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PPA·REC 등 정책적 제도 마련돼야”
지난 100여 년간 한국은 대규모 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를 중심으로 하는 교류(AC) 방식의 중앙 집중식 전력망을 구축해 왔다. AC 방식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변압기를 통해 높은 전압으로 올려 장거리 송전 후 다시 낮은 전압으로 낮춰 가정에 공급하는 데에 최적화됐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 ESS, 전기차 충전소 등 신재생에너지는 직류(DC) 전기를 생산하거나 사용한다. 이들을 기존 AC 전력망에 연결하려면 전력 변환 과정을 필수로 거쳐야 해 가격이나 설비 측면에서 부담이 가중된다.
정책·제도적 측면에서는 장기 전력판매계약(PPA), 요금 할인 및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 등 지원 제도가 아직은 불완전하게 구축되어 있어, 민간 투자자가 안정적으로 투자비를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정부 차원에서 장기 PPA를 확대하고 REC 체계를 개선, 전력망 사용료를 합리화하는 등 민간 투자자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을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은 ESS 투자 회수 구조가 한국보다 다양하다. 미국 일부 주에선 PPA, 유틸리티 오프테이크 장기계약 및 REC 보상 등으로 민간 기업들의 투자 회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정부, 1.5조 원 규모 경쟁 입찰로 돌파구
다만 정부 역시 전력 시스템의 한계를 인지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 DC 기반 ESS 도입 및 역할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 RE100(재생에너지 100%), 해상풍력 단지 확대 등 대형 프로젝트로 ESS를 핵심 인프라로 지정한 바 있다.
전력시장 내 ESS 운영자의 투자비 회수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경쟁입찰’ 방식을 내놨다.
이르면 내달 총 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ESS 2차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개막한다. 입찰 물량은 육지 500MW(메가와트), 제주 40MW 등 총 540MW 규모로 2027년 12월까지 준공 가능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다.
사업자에게는 15년에 걸쳐 투자 비용을 분할 상환하는 체계를 구축해 민간 사업자가 투자 위험을 줄이고, 장기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편, 2차 입찰 평가 기준은 지난 1차 입찰에 비해 비가격 평가에 대한 배점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철 전력거래소 선도시장팀장은 ‘2025년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 사업자 간담회에서 “지난 입찰 결과를 분석한 결과 비가격 평가에 대한 변별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배점을 조정하거나 평가항목을 신설하는 등의 종합 검토를 하고 있다”며 “최저가 경쟁이 과열되면 15년 장기 계약에 따른 사업 지속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가격에 대한 배점을 완화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