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도 ‘브랜드’가 직접 관리한다…패션업계 리세일 전쟁

중고 의류 수거 후 자체 검수 통해 재판매 포인트로 신상품 구매하는 선순한 소비 구축

2025-09-19     서예림 기자
오엘오 릴레이 마켓 판매 전 검수 과정. 사진=코오롱FnC

패션업계가 ‘중고거래 시장’을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점찍고 있다. 그동안 번개장터·당근마켓 등 플랫폼이 주도하던 영역에 브랜드 기업들이 속속 합류하는 모습이다.

거래 방식도 한층 더 고도화되고 있다. 단순 개인 간 거래를 넘어 브랜드가 직접 자사 제품을 인증·관리하고, 정품 보증과 검수 서비스를 결합한 방식이다. 위조품과 가품 이슈가 상존하는 패션 시장에서 브랜드가 앞장서 거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포석이다.

패션업계, 중고거래 시장에 눈독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코오롱인더스트리FnC(코오롱FnC)다. 지난 2022년 마들렌메모리와 제휴해 ‘오엘오 릴레이 마켓(OLO Relay Market)’ 플랫폼을 선보였다. 

중고 거래는 소비자들이 매입 기준에 맞는 상품을 등록하면, 오엘오 릴레이 마켓이 이를 직접 회수하고 자체 검수를 통해 등급(최상급, 상급, 중급)을 매겨 재판매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럭키슈에뜨’, ‘코오롱스포츠’, ‘슈콤마보니’ 등 20여개 코오롱FnC 브랜드가 거래 대상이다. 중고 제품은 신제품 대비 평균 60~80% 저렴하게 판매되며, 제품을 되판 소비자에게는 자사몰 ‘코오롱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Ekolon 포인트’를 차등 지급한다.

LF도 지난 16일 마들렌메모리와 협업해 유사한 중고 거래 플랫폼 ‘엘리마켓(L RE:Market)’을 선보였다. 마찬가지로 고객이 엘리마켓에 중고 의류 판매를 신청하면, 엘리마켓이 물품 수거 후 검수·매입가 산정, 등급 분류, 창고보관, 재판매까지 모든 절차를 일괄 담당한다. 중고 의류를 제공한 고객에게는 LF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엘리워드(L RE:Ward)’가 보상으로 지급되며, 고객은 이 리워드를 LF몰 내 새 상품 구매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엘리마켓을 통해 현재 판매 가능한 브랜드는 LF 자사 브랜드와 본사와 협의 완료된 수입 브랜드 약 15여개다. 대상 브랜드는 향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무신사도 지난달 26일 무신사 앱 내 패션 중고 상품 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를 공개했다. 고객이 중고 상품 판매를 신청하면 무신사가 수거·세탁·촬영·배송까지 맡는다. 판매가 완료되면 고객의 무신사머니 계좌를 통해 정산 대금을 전달한다. 코오롱FnC·LF와 달리 입점 여부와 상관없이 2만개 이상 국내외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해 차별점을 뒀다. 

엘리마켓. 사진=LF

되팔고 다시 산다…락인 효과 톡톡

이처럼 패션업계가 중고거래 시장에 주목하는 배경은 단순한 중고거래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핵심은 자사몰과 중고 플랫폼을 연계해 고객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 소비자는 개인 간 중고거래에서 겪는 번거로움 없이 제품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받은 포인트·리워드로 같은 브랜드의 신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즉, 같은 패션 브랜드 내에서 ‘되팔고 다시 사는’ 순환 소비가 꾸준히 나타나며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 업계 측 설명이다. 

실제 코오롱FnC에 따르면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이용하는 회원수는 총 2만6000명이며, 현재까지 3만5200개의 상품이 판매됐다. 그 배경과 관련해 코오롱FnC 관계자는 “구매자는 원 판매자인 브랜드가 직접 검수해 판매한다는 점에서 신뢰 높은 중고 구매를 할 수 있다”며 “판매자 입장에서는 일반 중고 거래와 달리 오엘오 릴레이 마켓이 제품을 직접 수거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면서 사용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무신사 유즈드 역시 반응이 뜨겁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2주간 무신사 유즈드 판매 신청자는 1만명 이상으로 집계됐으며, 상품 수도 6만개 이상 입고됐다. 

소비자에게는 ‘정품 보증’이라는 신뢰 장치를, 기업에게는 ‘브랜드 가치 관리’ 효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고객 락인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위조품이나 가품 우려가 큰 중고거래 시장에서 검수·보증을 앞세운 공식 리세일 플랫폼은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적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의 중고거래 시장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브랜드 규모는 아직 작지만, 성장 잠재력은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 조사 결과, 국내 리커머스(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올해 약 7조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9년까지는 연평균 9.2% 성장해 10조3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중 국내 중고 의류 시장은 지난해 5조6000억원대를 기록했으며, 2028년에는 10조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는 단순히 헌 옷을 사고파는 개념을 넘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ESG 트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며 “국내외 패션 기업들이 잇따라 중고거래 플랫폼을 내놓는 것도 같은 흐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