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톺아보기] 연준 금리인하 소식에도 '털썩'

9개월 만의 금리인하에도 고용둔화 우려가 수요 기대감 압도

2025-09-19     최진홍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개월 만에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가 오히려 세계 경제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가 되레 경기 둔화에 대한 시장의 공포를 자극한 셈이다.

현지시간 1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75% 내린 배럴당 63.57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연준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는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고 이는 원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의 반응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고용 냉각’을 수차례 강조했다. 여전한 인플레이션 압박에도 불구하고 악화하는 고용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긴 발언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시장은 파월 의장의 이 같은 진단에 즉각 반응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릴 만큼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며 원유 수요 역시 위축될 것이라는 비관론에 무게를 싣기 시작한 것이다.

오닉스캐피털그룹의 호르헤 몬테페크 전무는 "경기가 분명히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은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며 "연준은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증산 계획 역시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요 둔화 우려에 공급 증가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유가 하방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 관계자가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싸늘한 분위기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현재 시장이 공급국의 발언보다 거시 경제 지표의 냉혹한 현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연준의 금리 인하는 원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긍정적 효과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라는 부정적 신호를 더 크게 전달한 셈이 됐다. 당분간 국제 유가는 연준이 우려하는 실물 경제 지표의 향방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