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잡아라…웨이모 상륙에 로보택시 전쟁 격화
구글 웨이모 샌프란시스코 공항 운행 허가…테슬라·아마존도 속도전 가세
구글의 자회사이자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주자인 웨이모가 미국 서부의 핵심 관문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SFO)에 입성하며 로보택시 시장의 패권 경쟁에 불을 붙였다.
공항 노선이라는 상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기 위한 거대 기업들의 무인차 경쟁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는 분위기다.
웨이모는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로보택시 시험 운행을 시작할 수 있는 공식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미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인근 베이 지역에서 유료 서비스를 운영하며 기술력과 안정성을 입증해왔지만 교통의 핵심 허브인 공항 내 운행은 그동안 불가능했다. 이번 허가 획득이 웨이모가 단순 도심 주행을 넘어 주요 교통 거점을 연결하는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로 도약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되는 이유다.
공항 운행은 즉시 상용화되는 대신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된다.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공항 측과 긴밀히 협력해 먼저 공항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시험 운행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완전 무인 호출 서비스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차량을 즉시 제어할 수 있는 안전 요원이 운전석에 탑승한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웨이모의 운영 철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웨이모의 공항 노선 확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애리조나주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 성공적으로 상업 운행을 시작한 바 있으며 불과 이달 초에는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새너제이 국제공항에서의 시험 운행 허가도 확보했다.
피닉스에서의 성공적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캘리포니아의 양대 주요 공항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며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공항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웨이모는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스틴 애틀랜타 등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가장 넓은 서비스 지역을 확보하며 로보택시 시장의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경쟁사들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전기차의 혁신을 이끈 테슬라는 지난 6월부터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안전 요원이 탑승한 형태의 로보택시 서비스 시험 운행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의 고도화를 통해 기존 차량을 그대로 로보택시로 전환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공항들과도 운행 허가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머지않아 웨이모와 공항에서 정면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도 달린다.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Zoox)는 지난 10일부터 세계적인 관광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시승 서비스를 시작했다.
죽스의 로보택시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박스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설계 단계부터 완전 자율주행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초기에는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주요 리조트와 호텔 공연장 등 제한된 구역을 중심으로 운행하지만 점차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기존 차량을 개조한 웨이모나 테슬라와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승객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하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글로벌 공룡들이 일제히 '공항'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항은 수많은 여행객과 비즈니스 고객이 몰리는 교통의 결절점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요가 보장되는 황금 시장이기 때문이다. 도심의 복잡한 교통 상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격화된 도로 환경을 갖추고 있어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고 고도화하기에도 유리하다. 공항 노선을 장악하는 기업이 로보택시 시장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시작된 이번 경쟁은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구글 웨이모의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확장 전략 테슬라의 과감하고 빠른 소프트웨어 기반 접근 아마존 죽스의 혁신적인 하드웨어 중심 전략이 치열하게 충돌하며 미래 모빌리티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공항을 오가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동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