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AI 도입 기업 75%는 왜 성과를 못 내는가”

왓슨x 앞세워 ‘기술’ 아닌 ‘업무 중심’ 해법 제시… AI와 현장의 간극 좁히기 나섰다

2025-09-16     최진홍 기자

한국IBM이 AI 기술을 활용한 기업 혁신 전략을 들고 시장 전면에 나섰다. AI 도입이 기업의 생존 과제가 됐지만 정작 투자 대비 수익(ROI)을 실현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기술 중심이 아닌 현업 중심의 실용적 AI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IBM은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IBM AI 서밋 코리아’를 개최하고 자사의 AI 플랫폼 ‘왓슨x(watsonx)’를 활용한 비즈니스 혁신 방안을 소개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한스 데커스 IBM 아시아 태평양 총괄 사장은 “대부분의 기업이 클라우드와 AI를 도입하고 있지만 투자수익을 실현한 비율은 25%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AI 도입의 성공은 기술 자체가 아닌 아키텍처와 실행 전략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현재 많은 기업이 AI 기술의 잠재력과 실제 비즈니스 성과 사이의 간극에서 겪는 어려움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IBM은 자사가 직접 AI를 비즈니스에 도입하며 검증한 ‘클라이언트 제로’ 사례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수정 한국IBM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AI는 지금 이 순간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IBM은 왓슨x 플랫폼을 통해 스스로의 비즈니스를 혁신하며 그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판매하기에 앞서 스스로가 첫 번째 고객이 되어 생산성과 효율성을 검증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러한 IBM의 ‘현장 중심’ 철학은 행사장 곳곳에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났다. 특히 ‘페르소나 기반 AI 여정’ 전시는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인사 구매 영업 등 현업 부서와 AI 혁신팀 IT 운영팀 등 기술 조직이 각자의 입장에서 직면한 과제를 왓슨x 기반 AI가 어떻게 해결하는지 시나리오 중심으로 보여줬다. 가령 HR 부서는 채용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영업 부서는 예측 기반으로 고객을 관리하는 등 막연한 기술 소개가 아닌 실제 업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사례를 제시해 AI 도입의 청사진을 구체화했다.

이수정 사장. 사진=회사 제공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AI 적용 사례는 기술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최근 폐막한 2025 US 오픈 테니스 대회에 적용된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탁구 게임 ‘콜링 더 샷’은 AI가 실시간으로 경기를 판정하고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해 해설까지 제공하며 AI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반응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했다.

결국 이날 IBM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AI 시대의 승자는 단순히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그 기술을 비즈니스 현장에 가장 잘 녹여내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IBM은 왓슨x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AI 모델을 구축하거나 다양한 오픈소스 모델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AI 기술 도입의 가장 큰 장벽인 데이터 보안과 ROI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수정 사장은 “오늘 이 자리가 고객 여러분의 AI 여정을 가속화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IBM이 가장 신뢰받는 AI 파트너로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IBM이 치열한 B2B AI 시장에서 ‘신뢰’와 ‘실용’을 무기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