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톺아보기] 우크라 드론,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전쟁 리스크' 출렁
트럼프의 동맹국 압박까지 겹치며 공급불안 증폭… 연준 금리 결정이 향후 유가 향방 가를 변수
전쟁의 무대가 전선을 넘어 세계 에너지 시장의 심장부로 옮겨붙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러시아 핵심 정유시설을 타격하면서 국제유가가 공급 충격 우려에 소폭 상승 마감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향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를 밀어 올리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0.61달러(0.97%) 오른 배럴당 63.30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 역시 0.45달러(0.67%) 상승한 배럴당 67.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우크라이나의 대담해진 공격이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주말 사이 이어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최대 정유시설 중 하나인 키리시 정유공장이 핵심 정제 설비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약 35만5000배럴을 처리해 러시아 전체 생산량의 6.4%를 차지하는 시설의 가동 차질은 즉각 공급 부족 우려로 번졌다.
이번 공격은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주에도 우크라이나는 하루 약 100만 배럴의 원유 적재가 가능한 러시아 최대 수출 터미널 프리모르스크를 공격하는 등 러시아의 '돈줄'인 석유 인프라를 정조준하는 전략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쟁이 물리적인 파괴를 넘어 러시아의 경제 기반 자체를 흔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수석 분석가는 "러시아 석유 인프라 공격과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국 압박이 유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중질유와 디젤 공급 부족 우려가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축이다. 그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을 향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물리적 공격과 더불어 러시아산 원유의 판로를 정치적으로 차단하려는 '양면 압박'으로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요인이다.
다만 불안한 중국 경제 지표는 유가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분석가는 "지난달 중국의 견조한 정유 수요와 미국 원유 재고 감소가 유가를 뒷받침했다"면서도 "중국 경제 지표 부진이 유가 상승을 일부 제한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1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향하고 있다. 만약 연준이 시장의 기대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차입 비용이 줄어들면서 연료 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안하고 수요는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꿈틀댈 수 있는 복잡한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플린 분석가는 "시장은 연준이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달러화 하락 압력으로 이어져 원유 가격 상승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제 유가는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트럼프의 압박 그리고 연준의 결정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변수 사이에서 당분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