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한미, ‘하이브리드 본더’ 투자 속도…HBM 판도 흔든다

한화세미텍, 내년 초 신제품 출시…0.1㎛ 정밀도 구현 한미반도체, 1000억원 투자…2027년 장비 출시 전망

2025-09-15     김효경 기자
국내 장비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챗GPT 제작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패키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하이브리드 본더’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장비사들의 개발 일정도 한층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차세대 HBM 핵심 장비 ‘하이브리드 본더’

한화세미텍 첨단 반도체 패키징 장비 개발 로드맵. 사진=한화세미텍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 적층 과정에서 범프를 형성하지 않고, 구리를 통해 칩을 쌓는 방식이다. 별도의 범프 없이 접합할 수 있어 20단 이상의 고적층칩 제조에 필수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칩 두께를 줄여 고단 적층을 가능하게 하며, HBM 수율 확보를 위한 핵심 공정으로 꼽힌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후공정 하이브리드본더 시장 규모는 2033년 16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내년 초 하이브리드 본더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세미텍은 지난 10~12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국제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타이완 2025’에서 차세대 첨단 패키징 장비 개발 로드맵을 발표하며 하이브리드 본더 청사진을 공개했다.

한화세미텍이 준비 중인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는 본딩 과정에서 위치 오차를 0.1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줄여 정밀 정렬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올해 업계 최고 수준의 TC본더를 성공적으로 공급한 데 이어 차세대 패키징 장비를 곧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 시장을 선도하는 반도체 종합 제조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 조감도. 사진=한미반도체

HBM3E(5세대) 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미반도체도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2027년 말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인천광역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만4570㎡(약 4415평), 지상 2층 규모로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팩토리를 건립 중이며 2026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한미반도체는 총 8만9530㎡(약 2만7083평) 규모의 생산 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신공장에서 한미반도체는 HBM용 TC본더, 플럭스리스 본더, AI 2.5D 패키지용 빅다이 TC본더를 비롯해 HBM 및 로직 반도체(XPU)용 하이브리드 본더 등 차세대 장비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차세대 고적층 HBM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요구된다”며 “한미반도체는 한발 앞선 투자로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차세대 HBM 개발에 필요한 핵심 장비를 적기에 공급해 시장 리더십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HBM 시장 경쟁 과열…삼성·SK 전략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 구축을 공식 발표한 HBM4. 사진=SK하이닉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6세대 HBM4, SK하이닉스는 7세대 HBM4E에 하이브리드 본더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TC본더만으로도 HBM4E 16단 적층까지 구현이 가능한 만큼, 2027년까지는 기존 장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HBM 시장에서 독주 중인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HBM4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고 밝혔다.

새롭게 갖춰진 HBM4는 이전 세대 대비 2배 많은 2048개 데이터 전송 통로(I/O)를 적용해 대역폭을 두 배로 확장했으며, 전력 효율은 40% 이상 개선됐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실현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또 안정성이 입증된 자사 고유의 어드밴스드 MR-MUF 공정과 10나노급 5세대(1bnm) D램 기술을 적용해 양산 과정의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새로운 AI 시대를 견인할 HBM4 개발에 성공해 세계 최초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다시 입증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HBM4는 업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보다 한 세대 앞선 공정으로, 회로 선폭을 더욱 줄여 용량과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c 나노 공정 전환 승인을 완료해 제품 개발을 마치고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며 “내년 HBM4 수요 확대에 맞춰 적기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메모리 업체들이 HBM4 경쟁에 본격 돌입하면서, 한화세미텍·한미반도체 등 국내 장비사들의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속도 역시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규 공급되는 HBM4는 공급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0%, 마이크론 20%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