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최전선,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사람들 [권영규의 나눔이 일상인 사회]

2025-09-22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회장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은 ‘나눔이 일상화된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나눔이 일상인 사회’에서는 현장에서 경험한 동화 같은 진짜 따뜻한 이야기들을 전하며,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디자인해 가는 길을 독자와 함께 찾아가고자 한다.

“우리가 왔습니다.” 예고 없이 닥친 재난 상황에서 그 한마디는 위로이자 신뢰다.

대한적십자사의 ‘재난대응봉사회’는 혼란의 중심에 가장 먼저 도착한다. 소방 등 긴급구조기관과 협력하며 구호의 골든타임을 지킨다. 현재 본사와 전국 15개 지사에서 약 900명의 봉사원이 활약하고 있다.

1982년 아마추어무선 봉사회로 시작한 대한적십자사 재난대응봉사회의 역사는 대한민국 재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해난구조대(SSU)과 협업하며 구호 활동을 펼쳤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는 소방구조대원의 생존자 수색을 도우며 이재민 곁을 지켰다.

2002년 태풍 루사로 강원도 삼척이 큰 수해를 입었을 때도 긴급복구활동에 참여했다. 한 할머니에게 땔감을 마련해주자, 할머니는 “미안해서 뭐라도 줘야지”라며 쥐여준 생수 한 병. 봉사자는 그 생수가 “그토록 무겁고 따뜻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고 회상한다. 그 무게에는 할머니의 삶과 마음이 함께 실려 있었다.

2025년 8월, 재난대응봉사회는 은평구 수해복구 현장에서 침수된 이재민 가정에서 복구작업을 실시하고, 세탁봉사를 진두지휘했다. 봉사원들은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충만한 하루”였다고 입을 모았다.

재난대응봉사회는 재난교육과 드론 훈련 등 끊임없는 준비로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임시거주시설인 이재민쉘터를 설치하고 응급구호세트와 비상식량을 배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외진 지역까지 물품을 직접 전달한다. 복합 재난 시에는 통신소를 설치해 구조대의 소통을 돕는다. 심리회복 지원활동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진다.

가장 먼저 도착해 손을 내밀고, 가장 끝까지 곁을 지키는 사람들. 이들이 건네는 손길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연대의 증거다.

1994년 서울 성수대교 붕괴 현장에서 긴급구호활동 중인 적십자 구호요원. 사진 출처 = 적십자사 서울지사.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구화활동 중인 적십자 구호요원. 사진 출처 = 적십자사 서울지사.

※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회장은 1980년부터 서울시 공직을 시작으로 부시장직, 스포츠·국제협력·자원봉사 분야의 행정, KOICA 자문과 저술 활동까지, 다양한 공공 영역에서 세상을 따뜻하게 디자인해 온 행정가 출신이다. 2023년부터는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에서 ‘나눔이 일상화된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나눔이 일상인 사회’는 기부·나눔·자원봉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현장에서 경험한 동화 같은 진짜 따뜻한 이야기들을 통해,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디자인해 가는 길을 독자와 함께 찾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