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의 다음 전장, 상생…동반성장 협약 맺었다

수수료 논란 속 파트너십 강화로 굳히기…단순 중개를 넘어 '사업 동반자'로

2025-09-14     최진홍 기자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이 소상공인과의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을 선언하며 새로운 경쟁 국면을 예고했다. 이는 단순히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수준을 넘어 치열한 배달앱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다층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상생협력재단)과 '배달플랫폼 상생협력 생태계 강화를 위한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사진=회사 제공

이번 협약은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K-라이프스타일페스타 소리소문마켓' 행사장에서 이뤄졌다. 양측은 이번 협약을 통해 중소상공인의 전국 유통망 확대와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한 안전망 구축 그리고 디지털 및 법률 역량 강화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상생협력재단은 공동 사업 기획과 행정 지원을 맡고 배민은 플랫폼의 안정적 운영과 함께 중소상공인 영업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협약 체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 플랫폼 시장은 쿠팡이츠의 무제한 무료배달 공세와 요기요의 반격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배민의 '상생' 카드는 출혈 경쟁에서 한발 비켜나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수많은 외식업 사장님들과의 강력한 유대를 구축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이는 통신사들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결합상품이나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는 '록인(Lock-in) 효과'와 유사하다. 배민은 이미 자체적으로 다양한 상생 사업을 운영해왔다.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로 의료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업주를 위한 '우아한 사장님 살핌기금' 외식업주 자녀를 위한 '우아한 사장님 자녀 장학금'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지원은 단순한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배민을 '사업의 동반자'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당장의 배달 수수료나 프로모션 조건이 경쟁사보다 다소 불리하더라도 장학금이나 의료비 지원처럼 사업의 근간을 지탱해주는 파트너를 쉽게 외면하기는 어렵다.

이번 행사에서 배민이 적극 홍보한 '함께가게' 서비스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다회용기 사용 매장이나 정기 기부를 실천하는 가게를 앱 내 상생관에 추가로 노출해주는 이 서비스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면서 업주들에게는 실질적인 홍보 효과를 제공한다. 이는 곧 ESG 경영의 일환으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입점 가게의 충성도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김중현 우아한형제들 가치경영실장은 "행사 기간 많은 중소상공인과 방문객들이 동반성장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내부적 노력은 물론 다양한 대외 협력 관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배민의 이번 행보는 배달앱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이 '소비자 뺏기'에서 '사장님 지키기'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플랫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산인 입점 소상공인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장기적인 해자를 구축하겠다는 배민의 의지가 앞으로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