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도 수수료 인하되나…'엔쉬티피케이션' 꼬집은 이찬원 금감원장
금감원 설립 이래 최초 빅테크 CEO 불러모아 네이버, 카카오, 토스, 쿠팡, 배민 CEO들 참석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빅테크 수수료 합리화 건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 설립 이래 최초로 빅테크 CEO들을 불러모았다. 이날 '엔쉬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을 언급한 그는 타업권에 이어 빅테크 업계에도 간편결제 수수료 합리화, 개인정보 강화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주문했다.
11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5개 주요 빅테크(네이버, 카카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민) 기업 CEO 및 소상공인연합회장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장소는 네이버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네이버 스퀘어였다.
이날 대한민국 대표 빅테크 기업 대표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사항은 상생 차원의 수수료 인하 문제였다. 이 금감원장은 플랫폼 입점업체 등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당부하며 “모두가 잘 사는 성장을 위해 빅테크가 소상공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달라”고 서두를 열었다.
이어서 “정부 국정 과제에도 온라인 플랫폼과 소상공인의 상생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를 위해 빅테크가 소상공인에 대한 합리적인 수수료 부과, 신속한 판매대금 정산, 가맹점 지역 확대 등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는 향후 금감원이 소상공인의 금융 애로 해소를 위해서 결제 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 등 빅테크가 소상공인 지원에 동참해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 CEO들도 수수료 합리화, 대안신용평가 고도화, 입점업체 지원 등 회사별 추진 전략을 공유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오늘 발표 주제는 상생이었다”며 “추후 자료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빅테크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이찬진 금감원장이 공유한 내용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 플랫폼 이용자 중심의 경영을 정착시켜달라며 ‘엔쉬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이라는 신조어를 언급했다. 이는 빅테크가 처음에는 양질의 컨텐츠와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지만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고 플랫폼 이용자가 이탈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고객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플랫폼 운영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높여주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하여 알고리즘 이슈를 언급했다. 그는 “알고리즘이 편향된 오류에 빠질 경우 소비자의 권익과 후생이 침해될 수 밖에 없다”며 “금감원이 지난 3월 실시한 온라인 대출 플랫폼에서도 중개 수수료가 높은 상품이 우선 노출되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했다.
플랫폼에 수반되는 전자금융거래의 이용자 보호에도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금 국회에서는 티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고 금감원에서도 최근 관리 가이드라인(PG사 정산자금 외부관리 가이드라인)을 안내했는데, 앞으로도 국민의 불편함이 없도록 안전한 전자지급결제환경 조성을 위해서 함께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와 개인정보 보호 강화 등을 당부하며 앞으로 빅테크와의 정기 협의체를 가동할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금융과 비금융의 경기가 희미(BIG-BLUR)해지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빅테크 플랫폼을 통해 광범위한 금융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빅테크의 운영리스크가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구조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서 “아직까지 빅테크에 대한 국내 규율체계가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빅테크가 자체적으로 위험 관리 및 내부통제체제를 구축해서 실효성 있게 운영해달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다수의 국민들이 이용하는 대형 금융사, 통신사 등에서 침해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IT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당부했다. 최근 롯데카드가 IT 보안 관련 예산을 삭감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IT 보안관리를 당장 눈앞의 비용 요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빅테크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충분한 IT 보안 투자 등 사고 예방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초로 빅테크 CEO 간담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과거에는 제조업이 선두에 서고 금융이 자금을 지원하는 활력 역할을 하며 성장을 이끌었다면 오늘날 디지털 경제에서는 플랫폼과 데이터라는 강력한 기반을 가진 빅테크가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대출 플랫폼, 지금결제 등 신기술 기반으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은행 증권의 전통 금융으로 진출중”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취임한 이후에 은행 보험 등 간담회를 이어가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며 “빅테크도 이와 마찬가지다. 경제 주체를 수입 창출의 도구로만 보지 마시고 함께 성장해나가야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