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1년 만에 엇갈린 운명… 위메프 끝내 ‘파산’ 수순

14일 이내 즉시항고 없으면 회생절차 폐지 확정 피해자 사실상 보상받을 방법 사라져

2025-09-10     서다예 기자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빚은 위메프가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 파산이 확정될 경우 약 11만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사실상 피해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소식에 구제받을 길이 사라진 피해자들은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한편, 같은 큐텐그룹사 티몬은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의 인수가 결정되면서 지난달 22일 회생 절차를 종결하고, 영업 재개를 앞두고 있다.

법원, 위메프 회생절차 폐지 결정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왼쪽)와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가 지난해 8월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티몬과 위메프 사태 관련 회생절차 협의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정준영 법원장)는 지난 9일 위메프에 대한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채무자(위메프)의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라며 “법원이 정한 기간인 2025년 9월 4일까지 회생계획안의 제출이 없으므로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286조 2항에 의해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위메프가 지난해 7월 29일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 지 1년여 만에 나온 결정이다.

만약, 회사 측에서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14일 이내 제기되지 않는다면 폐지 결정은 확정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설령 항고하더라도 법원의 판결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아울러 폐지 결정 이후 회생 절차를 다시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나, 특별한 사정이 변경이 없는 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작다.

이에 따라 티몬, 쿠팡과 함께 ‘1세대 이커머스’ 대표주자로 불렸던 위메프는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 2010년 ‘위메이크프라이스’라는 소셜 커머스로 시작한 위메프는 2013년 작금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꾼 뒤 초저가 마케팅을 앞세워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23년 4월 큐텐 구영배 회장에 인수되며 티몬, 인터파크커머스와 함께 큐텐그룹에 편입됐다. 그러나 적자 누적과 함께 투자 유치 난으로 재무 상태가 악화하며,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7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위메프는 회생계획 인가 전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추진했지만, 끝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6월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가 위메프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지만, 최종적으로 결렬된 바 있다. 이후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이 200곳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원매자를 구해봤지만, 나서는 기업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도 이미 쿠팡과 네이버 ‘2강 체제’로 굳어진 이커머스 시장에서 위메프를 인수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쿠팡과 네이버에, 초저가 공세를 퍼붓는 C커머스까지 가세하며 운영 중인 기업도 어려운 와중에 신뢰를 잃은 기업을 인수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위메프 파산은 어떻게 보면 예정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단체 “국가가 개입해 구제해야 해”

티메프 피해자 환불 시위.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법원의 이 같은 결정으로 피해자들은 사실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통상 파산 선고가 내려지면 법원이 지정한 관재인이 회사에 남은 자산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배분하거나 채권자들이 직접 강제 집행을 신청해 나눠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위메프의 경우 남은 재산이 없어 파산 시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은 피해액을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Y한영이 법원에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위메프의 수정 후 총자산은 486억원, 부채총계는 4462억원이다.

이에 법원 결정 직후인 지난 9일 티메프(티몬·위메프) 피해자 모임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티몬 사태에서 목도했던 0.75%의 처참한 변제율마저 이제는 사치가 되었고, 이번 결정으로 피해자들에게 남겨진 것은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변제율 0%의 절망뿐”이라며 “40만 소상공인과 소비자는 국가 시스템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했다”라며 법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피해자를 위한 특별구제기금 조성 ▲재발 방지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저화법’ 제정 ▲구영배 전 대표 등 범죄 책임자들에 대한 법정 최고형 선고 ▲폐업 위기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검은우산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 추산되는 위메프 미정산 피해자 수는 약 11만명~12만명, 피해액 규모는 4000억원~6000억원 정도다. 티메프 사태 전체로 확대해 볼 경우,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약 50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법원의 결정에 현재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다른 유통 기업과 이들 기업의 피해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회생 절차 중인 기업으로는 인터파크커머스, 발란 등이 있다. 아울러 정육각과 초록마을도 현재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실제, 인터파크커머스의 경우 미국과 베트남 등 해외 기업 2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구체적인 협의 단계까지 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위메프와 함께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회생 절차에 돌입한 티몬은 신선식품 새벽배송 기업인 오아시스에 인수되며 지난달 22일 회생 절차를 종결했다. 이후 티몬은 3~5%인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와 익일 정산 시스템 도입을 앞세워 판매자들과 계약을 진행하는 등 운영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본래 티몬은 이달 10일 1만여 파트너사와 함께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었으나, 주요 카드사들과의 계약이 틀어지며 현재는 영업 재개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카드사들은 0.76%에 불과한 변제율로 피해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이트 오픈 소식이 전해지자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티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이트 오픈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오픈 일정이 불확실하게 지연된 데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더 안정적이고 상생할 수 있는 티몬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