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A 2025] 현대차그룹, ‘유럽 맞춤’으로 명분과 실리 챙긴다

아이오닉 3 기대 모은 ‘콘셉트 쓰리’, 유럽 전동화 시장 정조준 기아·제네시스·모비스 총출동… 독일 심장서 맞붙은 K-모빌리티

2025-09-10     양정민 기자

뮌헨 IAA 모빌리티 2025(IAA 2025)가 막을 올리며 터줏대감 독일 3사(BMW·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가 차세대 전동화 청사진을 쏟아낸 가운데, 현대자동차·기아·제네시스·현대모비스가 ‘유럽 맞춤’ 전략으로 정면 승부를 걸어 눈길을 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9일(현지시간) 4년 만에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 참가해 ‘콘셉트 쓰리’를 선보였다. 앞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아이오닉 9가 각각 콘셉트카 '45'(2019년), '프로페시'(2020년), '세븐'(2021년) 등으로 출시된 뒤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아 대중화된 만큼 '아이오닉 3'가 대중들 곁으로 찾아올 날도 머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제네시스는 마그마 레이싱과 GV60의 독일 데뷔를 알리는 자리를 만들었다.

'Electrified GV70'과 'Electrified G80'도 동시에 출시된다. 현대모비스는 데모카 '엠빅스'를 비롯해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HWD)를 내세우고 기아도 EV2 콘셉트카와 EV3, EV4, EV5, EV6, EV9, PV5까지 전기차로만 전시관을 꾸렸다.

콘셉트 속에 차 이름 힌트

현대자동차는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Internationale Automobil-Ausstellung Mobility 2025)’에 참가해 ‘콘셉트 쓰리’를 선보였다. 사진=현대차그룹

제대로 칼을 갈았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 겸 제네시스 유럽법인장은 현지 질의응답에서 "아직은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콘셉트라는 이름이 붙었고 아이오닉 브랜드에 들어갈 것이다. 모델명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량은 2026년 봄에 출시할 예정이며 그때 공식 명칭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가 유럽에서 지난 15년 동안 시장 점유율을 2배 동안 늘려왔으나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며 "유럽에서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승용차(PC)와 경상용차(LCV)를 포함해 약 3.8% 수준이고 향후 몇 년간 출시될 신차 라인업을 통해 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Internationale Automobil-Ausstellung Mobility 2025)’에 참가해 ‘콘셉트 쓰리’를 선보였다. 사진=현대차그룹

이 같은 거센 전동화 바람은 유로7 규제 때문이다. 이르면 2026년 하반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마모로 인한 미세입자 배출도 규제할 정도로 규제 범위가 강력하며 내연기관 차량뿐만 아니라 전기차와 수소차의 배터리 및 연료전지 내구성 기준도 제시되기 때문에 유럽에서의 전동화 전환은 사실상의 필수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마르티넷 본부장은 "전기차는 현대차에 가장 기본적인 차종이고, 아이오닉은 유럽에서 현대차의 입지 강화에 큰 역할을 한다"며 "오는 2027년까지 현대차 모든 모델에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화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올해부터는 유럽 내 모든 자동차 제조사에 CO₂ 배출량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며, 이는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현대차는 이를 기회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내연기관 차까지 라인업을 확장했으며 유럽 내에서 가능한 모든 기회를 활용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콘셉트 쓰리 외장 이미지. 사진=현대차그룹

한편 아이오닉 3로 예상되는 컨셉트 쓰리는 외장에 스틸을 넓게 펼친 형태로 적용해, 소재가 주는 탄성력과 곡선적인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정제된 인상과 부드러운 볼륨을 동시에 강조했다.

C필러에서 사이드, 리어까지 이어지는 입체적인 볼륨은 차량 전체에 강렬한 존재감을 만들어냈다. 내부 디자인도 소재가 지닌 아름다움을 강조한 실내 디자인을 통해 탑승자가 신체적·정서적 편안함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으며 ‘BYOL(Bring Your Own Lifestyle) 위젯’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레이아웃을 구현하고 모든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BYOL 위젯은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 라이프스타일, 니즈 등에 맞춰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하는 콘셉트 디자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콘셉트 쓰리는 현대차의 차세대 전동화 여정을 대표하는 모델”이라며 “콤팩트한 차체 크기와 아트 오브 스틸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실용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모빌리티를 제공하고자 하는 비전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사이언스 베슬' 현대모비스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EV9을 기반으로 제작한 데모카를 내놨다. 전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홀로그램 윈드쉴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운전석과 조수석 전면의 유리창을 통째로 디스플레이처럼 활용한다.

윈드쉴드 어디에나 이미지나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 필요에 따라 구성할 수 있다. 게임 화면에서처럼 속도, 내비게이션, 날씨 등을 띄우거나 영화, 음악 등을 홀로그램 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

4일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홀로그램 윈드실드 투명 디스플레이'가 선보여졌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지난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도 보였던 기술이다. 당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광학 소자를 활용한 특수 필름을 사용해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는 각기 다른 화면을 보는 것이 가능하고 현재 휴대전화에서 '사생활 보호'라고 불리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도 구현할 수 있다"며 "현재 공개된 차량용 디스플레이 기술 가운데 이처럼 사용자 필요에 따라 차 유리창 전체를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투명 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지난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선 CES 2025에서 선보였던 모비온을 현장에 내놓으며 크랩 드라이빙, 제로턴 등 4개의 바퀴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비롯해 e코너 시스템(e-corner system)'을 현장에서 선보인 바 있다.

현대모비스 IAA 2025 전시장. 사진=현대모비스

IAA 2025에서 글로벌 고객사 대상 프라이빗 부스 운영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현대모비스로선 이번 IAA 2025에서 실제 수주 성과를 좀 더 따내겠다는 포부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직접 부스를 찾아 현지 매체들과 미팅을 진행하고 부스를 직접 둘러본 뒤 부스에 마련된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HWD)’를 직접 테스트했다. 이 사장은 이날 부스에서 해외 고객들과 다수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33년까지 핵심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고객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계획했었다.

악셀 마슈카 현대모비스 부사장도 발표자로 나서 최근 유럽 및 글로벌 시장에서 모비스가 거둔 성과와 함께 모비스의 미래 기술이 글로벌 수주를 통해 현실화된 사례, 그리고 준비중인 미래 기술 전략을 소개했다.

마슈카 부사장은 발표 서두에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Top 3로 도약하겠다는 우리의 비전은 명확하다”면서 “시장을 앞서 나가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우리의 행동방식이 그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영업부문장 악셀 마슈카 부사장이 현시 시간 9일 'IAA 모빌리티 2025' 전시장에서 전동화, 전장 핵심 부품 등을 중심으로 한 유럽 시장 공략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현대모비스

자체 개발한 ‘배터리 냉각 시스템’과 ‘소화약제 시스템’, 전자식 조향(Steer-By-Wire)과 전자식 제동 (Brake-By-Wire), 독립형 후륜 조향(Rear Wheel Steering) 등 지나치게 먼 미래가 아니라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들을 이번 부스에 내놓은 이유다.

모비스는 이번 부스에서 BMS(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성능 저하를 유발하는 내부 화학 반응에 따른 고열을 감시하면서, 동시에 듀얼 냉각 시스템으로 배터리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한다. 아울러 배터리셀 발화시 소화약제를 자동 분사해 화재를 즉시 진압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차세대 통합 디지털 칵핏 ‘M.VICS’도 매년 업데이트 해오고 있으며, 핵심 요소기술에 대한 글로벌 수주도 계속 진행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1년 IAA에 처음 참가해, 전동화 기술 종합 플랫폼인 ‘EV 스케이트보드’를 공개했다. 이는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과 차세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시스템 수주 성과로 이어져, 지난해 연간 최대 36만대 양산이 가능한 스페인 BSA 공장을 착공했다.

이 덕택에 이미 폭스바겐, 벤츠 등 굴지의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대규모 수주 성과를 거뒀고 미래 핵심제품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자원을 집중, 전기차 캐즘에 직면해서도 성장 모멘텀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기아·제네시스도 철벽 구원 투수로

기아는 유럽의 '뉴노멀'로 떠오를 전기차에 맞서 '풀라인업' 공세를 퍼부었다. 총 7대의 전기차 라인업에 현지 관람객들도 관심을 크게 모았다는 평가다.

가장 관심을 끈 건 'EV2' 콘셉트카다. 소형차에 대한 높은 수요를 공략한 유럽 전략 모델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늦어도 내년 2월부턴 생산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EV2 컨셉카의 내부. 사진=현대차그룹

송호성 기아 사장이 지난 2월 EV2 생산은 유럽 내 기아 생산 공장인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이 담당할 예정이라며, 예상 판매량은 8만~10만대 가량이라고 말한데 이어 EV2의 예상 가격은 약 3만유로(약 4693만원) 대 포지션을 잡았다. 유럽 중저소득층을 노리겠다는 포부다.

EV5와 PV5도 유럽 지역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돼 이목을 샀다. ▲더 기아 콘셉트 EV2와 ▲더 기아 EV5 ▲더 기아 PV5 패신저외에도 기아는 이번 IAA 모빌리티 2025에서 ▲더 기아 EV3  ▲더 기아 EV4 ▲더 기아 EV6 ▲더 기아 EV9 등 총 7개의 차종을 전시한다.

제네시스 GV60.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제네시스도 마그마 레이싱과 더불어 최초의 순수 전기차 모델인 GV60을 데뷔시킨다. 동시에 새로운 일렉트리파이드 GV70과 일렉트리파이드 G80을 출시한다. 제네시스 모터 유럽의 전무이사로 임명된 피터 크론슈나블도 IAA 모빌리티쇼에 참가한다.

크론슈나블 전무는 "올해 IAA 모빌리티에서 뮌헨 스튜디오에 방문객들을 초대하고 순수 전기차 라인업의 시승 기회를 제공하게 되어 기쁘다. 독일에서 더 향상된 GV60, GV60 마그마 콘셉트, 그리고 GMR-001 하이퍼카의 첫 공개는 디자인 중심의 퍼포먼스 브랜드로서의 제네시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제네시스의 새로운 성장 장을 엿볼 기회"라며 "이는 제네시스의 첫 고성능 양산 모델인 GV60 마그마의 글로벌 공개를 시작으로, 올해 말 유럽에서 출시될 예정이며, 내년 초에는 유럽 4개 시장으로 확장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릴 아비타불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 프린시펄는 "우리는 내년 FIA 세계 내구 챔피언십 데뷔를 준비하며 제네시스 특유의 초고속 주행을 계속하고 있다"며 "연초에 계획했던 대로 최근 몇 주 동안 수많은 주요 이정표를 달성했고 내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시즌 첫 레이스를 앞두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트랙에서 팀이 최대한 많은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