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톺아보기] 도하 공습에 유가 출렁, 중동 확전 ‘뇌관’ 되나
하마스 수뇌부 겨냥 사상 첫 카타르 본토 타격에 휴전협상 좌초 위기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WTI 이틀 연속 상승
2년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의 협상 테이블이 사실상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 중재자 역할을 해온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이스라엘이 사상 첫 공습을 감행하면서 중동 정세가 시계 제로의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소식에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하며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였고 시장에서는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9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37달러(0.59%) 오른 배럴당 62.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이스라엘의 공습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는 유가가 한때 2.26%까지 치솟으며 시장의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번 유가 상승의 진원지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고위급 인사를 제거할 목적으로 감행한 카타르 수도 도하 공습이었다. 2년 넘게 이어진 전쟁 기간 동안 이스라엘이 중재국인 카타르 본토를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단순히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넘어, 중동의 지정학적 균형을 뒤흔드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국 영토에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카타르 정부는 즉각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카타르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비겁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이 범죄적인 공격은 카타르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며 이번 사태를 ‘심각한 확전’으로 규정하고 최고 수준의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상황은 미국과 카타르의 진실 공방으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보조를 맞춰온 미국은 이번 공격에 대해 카타르에 미리 알렸다고 밝혔으나 카타르는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이 미묘한 균열은 향후 외교 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습이 국제 사회에 던지는 충격파는 상당하다. 카타르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이란 등 반미 성향의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대화 채널을 유지하며 실질적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공습은 협상판 자체를 뒤엎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이번 공습으로 카타르가 완전한 반이스라엘 입장으로 돌아설 경우, 위태롭게 이어져 오던 휴전 협상은 동력을 완전히 잃고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총괄은 “이제 취약했던 협상의 길이 닫힌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의 단기적 해결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분석처럼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공습으로 휴전 가능성이 사실상 소멸했으며 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의 화약고에 또 하나의 위험한 뇌관이 더해지면서 국제 유가의 불안정한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