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C 2025] 두나무 업비트, ‘거래소’ 넘어 ‘금융 인프라’로

오경석 대표 데뷔 무대서 ‘기와 체인·월렛’ 전격 공개

2025-09-09     최진홍 기자

두나무가 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5’를 열어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을 선언했다. 

8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의 주제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으로(Blockchain, to the Mainstream)’를 중심에 두고 지난 6월 취임한 오경석 두나무 신임 대표는 데뷔 무대에서 거래소 ‘업비트’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 ‘기와(GIWA)’를 통해 K-블록체인의 세계화를 이끌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화상으로 등장해 “정치적 보복이 우리를 디지털 자산으로 이끌었다”는 폭탄 발언을 쏟아냈고 미국 의회의 친(親)가상자산 정책을 주도한 패트릭 맥헨리 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이 규제의 미래를 논하는 등, 현장은 글로벌 정치·경제의 거물들까지 주목하는 블록체인의 현재 위상을 실감케 했다. 

UDC 2025 현장. 사진=최진홍 기자

오경석의 선언, “블록체인 혁명, 한국이 공세적으로 주도할 때”
행사의 포문은 오경석 대표가 열었다. 

공식 석상에 처음 오른 그는 ‘버블’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등장한 신기술의 역사를 되짚으며 블록체인의 필연성을 역설했다. 오 대표는 “새로운 기술은 늘 투기와 버블이라는 낙인을 먼저 쓰지만, 철도, 전기, 인터넷은 결국 우리 생활과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며 “버블은 위기가 아니라 진화의 통과의례로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닷컴 버블 이후 아마존의 부활, 2018년 급락 이후 비트코인의 회복을 예로 들며 디지털 자산 시장이 이미 한국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을 넘어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돈과 신뢰’의 진화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블록체인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오 대표는 “금속화폐와 금본위제, 법정화폐의 시대를 거쳐 이제 디지털 자산은 알고리즘과 네트워크 합의를 기반으로 새로운 신뢰를 제공하고 있다”며, 멕시코 해외 송금 시장의 10%를 가상자산이 차지하고 아르헨티나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 카드 사용자가 220만명에 달하는 현실을 언급했다. 

사용자의 선택에 의해 신뢰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설명했다.

오 대표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인터넷과 AI 혁명에서 글로벌 빅테크에 수세적으로 대응했던 과오를 블록체인 시대에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과 AI는 미국 빅테크가 시장을 장악했지만, 신뢰 기반 블록체인 혁명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한국이 공세적 포지션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계적 규모와 기술력을 확보한 업비트는 대한민국 대표주자로서 글로벌 무대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핵심 전략의 중심에는 ‘스테이블코인’과 자체 인프라 ‘기와’가 있었다. 오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은 금융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가교이자 금융 주권의 핵심으로 부상했다”며 “누적 가입자 1200만명, 현물 거래금액 1740조원에 달하는 업비트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한다면 한국 금융이 아시아를 거쳐 글로벌로 나아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비전을 실현할 무기가 바로 이날 최초로 공개된 ‘기와 체인’과 ‘기와 월렛’이다. 

‘기와 체인’은 옵티미스틱 롤업 기반의 레이어2 블록체인으로, 업비트의 거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KYC(고객확인)·AML(자금세탁방지) 등 규제 친화적 기능을 내재해 안정적인 금융 거래 환경을 제공한다. 디지털자산 지갑 ‘기와 월렛’은 기존 웹2 서비스는 물론 웹3 서비스와도 손쉽게 연결되며, 업비트 계정 연동으로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오 대표는 “두나무는 체인, 지갑, 수탁 등 미래 금융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이어왔다”며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미래 금융 모델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 트럼프의 고백, “은행이 우릴 거부했다…디지털 자산은 자유”

두나무의 미래 전략 발표로 뜨거워진 장내 분위기는 에릭 트럼프의 등장으로 절정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이자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의 총괄 부사장인 그는 ‘정치 보복’이라는 충격적인 단어로 디지털 자산에 입문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윤선주 두나무 최고브랜드임팩트책임자(CBIO)와의 화상 대담에서 “우리 집안은 대대로 부동산 같은 하드에셋을 좋아했지만, 아버지가 정치권에 진출하면서 많은 은행과 기업들이 정치적 압력으로 우리와의 계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골프장의 은행 계좌가 취소되는 등 공격이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대안을 찾던 중 디지털과 블록체인을 보게 됐고, 그 투명성과 효율성에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에릭 트럼프는 전통 금융의 비효율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금요일 오후에 송금하면 상대는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나 돈을 받는다. 크립토 시장에서 보면 웃기는 얘기”라며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90일에서 150일을 기다려야 한다. 전 세계 금융권은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안전하고, 더 투명해져야 하며, 그 해답이 바로 암호화폐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아버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 자산에 확신을 갖게 된 일화도 소개했다. “지난해 7월 내슈빌 비트코인 컨퍼런스 연설을 앞둔 아버지가 전화해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물었다”며 “나는 ‘좋은 자산이고 전적으로 믿는다’고 답했고, 아버지는 확신을 갖고 연설해 10분간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에릭 트럼프는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시장 규모 면에서 미국에 이어 2위 국가로, 아시아의 크립토 수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한국은 이미 앞서 나가는 용감한 국가이고 그 용기에 대한 대가를 꼭 받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업비트에 대해서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의 훌륭한 파트너이며, 투명하고 신뢰성 높은 거래소”라고 평가하며 향후 추가적인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향후 10~15년 디지털 경제의 미래는 비트코인에 있다”며 “우리 세대 최고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진=최진홍 기자

제도권으로의 행진, 규제부터 보안까지 미래를 논하다
글로벌 정치권의 거물이 디지털 자산의 ‘자유’를 외쳤다면, 또 다른 연사들은 ‘제도’와 ‘안정’을 이야기하며 산업의 성숙을 논했다. 

미국 하원에서 디지털 자산 분류 및 규제 권한을 다룬 ‘FIT21’ 법안 통과를 주도했던 패트릭 맥헨리 전 의장은 디지털 자산이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규제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시장 기회를 조명하며 안정적인 성장 로드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세션에서는 전 세계 1위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의 마르코 달 라고 부사장이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금융 포용성을 어떻게 촉진하는지 설명했다.

두나무의 미래 비전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기술과 보안 전략도 공개됐다. 정재용 두나무 최고정보보호책임자는 AI 기술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보안 위협과 최신 공격 사례를 공유하며, AI 기반 위협 예측 및 방어 시스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두나무가 운영하는 보안 인재 육성 프로그램 ‘업사이드 아카데미’ 참가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성과를 발표하며 차세대 전문가 양성의 중요성을 더했다.

두나무의 발표는 단순히 거래소를 넘어 하나의 완성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법인용 수탁 서비스 ‘업비트 커스터디’, 글로벌 트래블룰 솔루션 ‘베리파이바스프’에 이어 ‘기와 체인’과 ‘기와 월렛’까지, 두나무는 개인 투자자 중심의 거래 수수료 수익 모델을 넘어 기관 서비스, 웹3 인프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 10만원대에 머물던 두나무의 장외 주가는 최근 32만원대를 기록하며 1년 만에 3배 가까이 뛰었고, 추정 시가총액은 10조원에 육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 회복세도 있지만, 두나무가 규제 환경에 맞춰 원화 스테이블코인, 커스터디, 자체 블록체인 등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미국의 코인베이스가 기관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한 것처럼, 두나무 역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