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정비사업 기대감 고조...인프라 확충·재초환 등 구조적 과제는 '여전'
9·7 대책, 1기 재건축 '주민제안' 전환...민간 공급 속도전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탈락 단지까지 재추진
정부가 발표한 9·7 주택공급 대책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방식의 대전환도 포함됐다. 기존 ‘선도지구 공모’에서 주민이 직접 과반 동의를 모아 제안하는 ‘주민제안 방식’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통해 수도권에 2030년까지 6만3000호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대책은 공공이 아닌 민간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업계와 주민들의 기대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주대책, 기반시설 확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같은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주민제안 방식 도입...공급 확대와 속도전 기대
1기 신도시는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5곳으로, 지난해 이미 15개 단지 3만7000호가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하지만 당시 공모 방식은 주민 갈등과 경쟁 과열, 준비 과정의 장기화 등 부작용을 낳았다. 국토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민대표단이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지자체에 제출하면, 지자체 검토 후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제안 방식을 새로 도입했다.
이번 대책으로 사업 준비 기간이 최소 6개월 단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분당 이매동 아름마을 풍림·선경·효성 등 탈락 단지들은 이번 대책 발표 직후 곧바로 '2기 통합 추진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일산의 백마, 강촌, 다이아몬드 블록 주민대표단도 곧 주민설명회를 열고 정비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물량도 확대된다. 내년 정비 예정물량은 분당 1만2000호, 일산 5000호, 평촌 3000호, 중동 4000호, 산본 2000호 등 총 2만6000호다. 정부는 이주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이 물량을 초과해도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패스트트랙 제도 역시 선도지구에서 주민제안 사업까지 확대 적용된다.
건설 업계는 이번 공급대책 중 가장 주목할 대책으로 1기 신도시 정비사업 확대라고 꼽고 있다. 민간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 사업성 높은 입지를 중심으로 건설사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간 주도 확대로 '활력' 기대...집값 영향도 촉각
이번 대책은 민간 정비사업을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공공 주도 방식과 달리 민간이 제안권을 쥐게 되면서 사업 속도와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선도지구 발표 이후 6개월간 1기 신도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3% 상승했다. 평촌은 2.7%, 분당은 2.6% 올랐다. 6·27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번 주민제안 방식 도입이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거 공모 방식은 주민 간 갈등을 불러일으켰지만, 앞으로는 일정 수준의 동의율만 확보하면 직접 신청해 패스트트랙으로 재건축이 가능하다. 중장기적으로 1기 신도시 정비사업 물량 확대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또한 선도지구에 참여하지 못한 단지들의 박탈감이 줄고 재건축 의지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관리처분 인가 물량 통제에 따라 사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고, 사업이 늦춰지면 금융비용이 가중될 수 있어 주민 동의 확보 속도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구조적 과제는 여전…재초환·이주·기반시설 논란
민간 주도 정비사업 확대에도 한계는 분명하다. 대표적 걸림돌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다. 이는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으로, 사업성을 떨어뜨린다.
특히 민간정비사업 활성화를 말하면서 재초환 논의가 빠졌다는 점에서 재건축 속도를 늦추는 주요 장애물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등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통·상하수도·주차장 등 생활 인프라 확충 문제도 미해결 과제다. 주민제안 방식으로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이번 대책으로 단기 공급만 강조하다가 장기적 도시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선도지구 지정 책임을 주민에게 넘긴 셈"이라며 "수억원에 달하는 재건축 분담금과 주민 갈등 요소는 여전히 그대로여서 실제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주대책도 난제다. 성남시는 분당 신도시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공공분양주택 공급 방안을 제시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대체 후보지도 현실성 문제로 백지화됐다.
이주대책이 지연될 경우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라는 정부 목표 달성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