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가격은 얼마까지?…‘990원 빵’에 터진 빵값 논쟁

경제 유튜버 슈카, 소금빵·베이글 등 990원에 판매 소비자 “기존 빵값 거품” VS 자영업자 “원가 무시”

2025-09-04     서예림 기자
팝업 스토어 ‘ETF 베이커리’에 990원짜리 소금빵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물가 시대 ‘빵값’이 도마에 올랐다. 경제 유튜버 슈카가 ‘990원 빵’을 출시하자, 자영업자들로부터 “기존 빵집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면서 ‘적정 빵값은 얼마인가’에 대한 논란이 촉발됐다. 실제 빵값은 최근 6개월 연속 고공행진 중이며, 특히 한국 빵값이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수준으로 조사돼 논쟁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빵플레이션에 ‘990원’ 초저가 빵 등장 

최근 경제 유튜버 슈카가 빵값 논쟁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수동에서 연 ‘ETF 베이커리’ 팝업스토어에서 소금빵, 베이글, 바게트를 99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으면서다. 식빵(1990원), 치아바타(3490원), 복숭아 케이크(1만8900원)도 시중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이를 통해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에 맞서겠다는 취지다. 

슈카는 팝업스토어와 관련해 “빵값이 미쳐 날뛰고 있다”며 “가격이 낮은 빵을 만들어 본다면 시장을 흔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또한 “인건비 절감을 위해 빵 모양을 규격화·단순화하고 산지 직송으로 원가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그간 국내 빵값이 비싼 것이 사실”, “기존 가격은 거품이었다”며 시중 판매 가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자영업자들은 “기존 빵집이 마치 과도한 이윤을 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반박에 나서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급기야 “990원 빵 때문에 타격을 입었다”는 자영업자들까지 등장하자 슈카는 의견을 받아들여 두 종류의 빵을 출시하기로 했다. 990원 빵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마가린과 버터를 함께 사용하고, 버터만 사용한 소금빵을 추가로 출시해 1290원에 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적정 빵값이 얼마인가’에 대한 논쟁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유튜브 슈카월드 해명 영상. 사진=유튜브 슈카월드 채널 갈무리

빵값 오름세 뚜렷…세계적으로도 고가 수준

슈카를 비롯해 소비자들이 빵값에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빵 물가지수는 138.61(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했다. 이는 2023년 7월(8.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7%)과 비교하면 세 배를 웃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3월(6.3%) 이후 6개월 연속 6%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시작된 빵 출고가 인상이 물가에 누적 반영된 데 이어 원자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등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 빵값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주대 산학협력단이 공정거래위원회 의뢰로 수행한 ‘제빵산업 시장 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영향평가’ 연구 결과, 2023년 한국의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29로, 미국(125)·일본(120)·프랑스(118)보다 높았다. 100g당 평균 가격 역시 한국이 703원으로 프랑스(609원), 미국(588원), 호주(566원)를 웃돌았다.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Numbeo) 조사에서도 올해 9월 기준 한국의 식빵(500g) 평균 가격은 2.98달러(약 4150원)로, 조사 대상 127개국 중 10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한국이 1위를 차지해 54위에 머무른 일본(1.51달러)보다 두 배가 비쌌다. 

원가 낮추기 쉽지 않아…구조적 한계

자영업자들도 할 말은 있다. 인건비, 밀 수입 의존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원가를 낮추기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빵 제조업체의 경우, 전체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28.7%에 달한다. 같은 해 과자류·제분·제당·커피 및 코코아 등을 포함한 식품 제조업의 평균 인건비 비중(8.1%)의 세 배가 넘었다. 빵에 사용되는 밀 또한 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곡물가와 한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 베이커리 산업 구조 역시 빵값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베이커리 시장은 유럽이나 일본처럼 개인 제과점 위주가 아니라, 프랜차이즈형 매장이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곧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제빵사와 직원 인건비, 도심 임대료, 전기·관리비 등 기본 운영비 외에도 본사 관리 비용까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본사가 부과하는 로열티와 광고·마케팅 비용, 물류 관리비 등이 더해지면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결국 빵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공주대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국내 빵 판매가격 상승이 비단 원재료, 유통단계 등에서 발생하는 요인뿐만 아니라, 제빵산업의 시장 구조적 문제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논란의 옳고 그름을 떠나 슈카의 ‘990원 빵’과 같은 시도가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국민의힘 의원인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싸고 좋은 걸 만들어 욕먹는 세상이면 누가 혁신 경쟁에 뛰어들겠는가”라며 “빵값 뿐 아니라 대한민국 먹거리 물가가 너무 비싸다. 좀 더 싸고 맛있는 음식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