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뭐길래 다들 이렇게 흥분했을까? [ER인사이드]

30년 노사관계 대격변의 서막을 열다 '진짜 사장'을 향한 교섭 요구와 '파업=파산' 공식의 종언 노동계 "헌법적 권리 회복" vs 경영계 "산업 생태계 붕괴"

2025-08-24     최진홍 기자

하청·특수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상정, 재석 의원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 처리했다. 

표결은 전날부터 24시간 동안 이어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강제 종료된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성향 정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졌고, '경제 악법'이라며 법안 처리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하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개혁신당 의원 3명만이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고용노동부는 향후 6개월간 시행 준비 기간에 노사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동시에 현장에서 제기되는 주요 쟁점과 우려 사항을 면밀히 파악할 예정이다.

법의 핵심 목적은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등 다변화된 고용 현실을 반영해 이들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쟁의행위를 탄압할 목적으로 남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온 거액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를 제한해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단순히 몇 개의 법 조항을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 축이었던 노사 관계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대한 입법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복잡한 하도급 구조와 플랫폼 경제의 확산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주목, 법체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괴리를 메우고 노동 현장의 힘의 불균형을 조정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다.

반응은 갈린다. 노동현장에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법의 취지가 변질되어 버렸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노동법 개정안을 넘어 정치적 이념 대결의 상징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받는다.

법안이 중립적인 법률 기준이 아닌 한쪽 진영의 정치적 승리로 인식되면서 향후 법의 시행 과정에서도 순응보다는 지속적인 저항과 법적·행정적 무력화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년간의 갈등사
노란봉투법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입법적 시도가 아니다. 오랜 기간 한국 노동 현장에 축적된 구조적 모순과,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두 개의 상징적 사건이 만들어낸 사회적 결과물로 봐야 한다.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사태가 대표적이다.

시기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 쌍용자동차는 당시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했고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를 지키기 위해 77일간의 처절한 '옥쇄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공장을 점거한 채 이어진 파업은 극심한 노사 갈등 끝에 경찰력 투입이라는 비극적 방식으로 마무리되었다.

다만 그 후폭풍은 공장이 아닌 법정에서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법원이 파업으로 인해 회사와 국가(경찰)가 입은 손실에 대해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 47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판결했기 때문이다. 

노동자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살인적 손배'라는 비판이 커졌다. 한 개인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지워 사실상 사회경제적 생명을 끊어버린다는 문제의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순간이다.

사진=연합뉴스

바로 이 지점에서 한 시민이 노조원들의 생계에 보탤 수 있도록 4만 7000원의 '노란 봉투'를 꺼내며 모든 것이 시작됐다. 노조원들의 생계에 보탤 수 있도록이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족쇄를 채우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시민적 저항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약 15억 원에 가까운 성금을 모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개별 기업의 노사 분쟁을 노동권 탄압이라는 중대한 사회적 의제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비록 손해배상액은 15년에 걸친 기나긴 법정 다툼 끝에 회사에 대한 배상액은 약 20억 원, 국가에 대한 배상액은 약 1억 6600만 원으로 감액되었다. 그러나 최초 판결이 남긴 충격은 손해배상 청구의 남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법적 과제를 사회에 던지는 충분한 동력이 됐다.

이정미 당시 정의당 대표가 2022년 노란봉투법 제정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간이 흘러 2022년.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 벌어진 하청지회 노동자들의 51일간의 파업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수년간 동결된 임금을 현실화해달라는 것이었으나, 그 근본적인 문제는 교섭 구조의 모순에 있었다.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원청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는 교섭을 거부했다. 결국 파업은 장기화되었고 파업이 끝난 후 회사는 파업 주동 노조 간부 5명에게 47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실질적인 지배력과 통제력을 행사하는 원청, 그리고 교섭 권한 없이 책임만 져야 하는 하청업체와 교섭권이 제한되는 하청 노동자의 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로 인해 손해배상 제한(노조법 제3조)뿐만 아니라 진짜 사장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사용자 정의 확대(노조법 제2조)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그리고 두 사건으로 인해 노란봉투법이 탄생했다.

우선 쌍용차 사태가 불법 파업의 '결과'로서 노동자 개인이 겪는 재정적 파탄과 인권의 문제를 부각했다면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많은 파업의 '원인'으로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겪는 구조적 모순, 즉 실질적 권한을 가진 주체와 교섭할 수 없는 현실을 드러냈다. 이를 바탕으로 입법을 향한 구체적인 전략적 방향성이 정립됐다는 평가다. 

입법을 위한 동력이 실체적 형태를 갖추며 논의 자체도 고도화됐다. 무엇보다 초기 입법 논의가 주로 노조법 제3조(손해배상 제한)에 집중되었다면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거치면서 제2조(정의 규정) 개정을 통한 고용 관계의 근본적인 재정의가 병행되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완전체' 노란봉투법이다.

그렇게 입법을 위한 모든 예열은 끝났다. 다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노란봉투법의 입법 시도는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분신 사건 이후부터 시작되었으나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들어온 것은 2014년 '노란봉투 캠페인'이 벌어진 후에야 가동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2015년 처음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폐기되었고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21대 국회 들어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그 과정은 역시 어려웠다. 당시 거대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법안 처리를 주도했고, 여당인 국민의힘과 경영계는 "나라 경제를 망치는 악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결국 법안은 2023년 11월과 2024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모두 무산되었다. 

한동안 표류하던 노란봉투법은 정권 교체 이후 다시 정국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야권이 다시 한번 압도적 의석을 확보하면서 법안은 세 번째 시도 끝에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게 되었다. 

인사하는 정혜경 의원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노조법 핵심 개정 조항은?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의 가장 기본적인 두 축인 제2조(정의)와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를 개정해 노사 관계의 기본 틀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각 조항의 변화는 노동법의 철학적 기반을 기존의 '형식적 계약 관계'에서 '실질적 힘의 관계'로 전환시키는 의미를 담는다.

무엇보다 '사용자'(제2조 제2호) 정의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정 전 현행법은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한정했다.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만을 교섭 상대로 인정하는 협소한 정의다. 이로 인해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임금이나 노동 시간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원청과는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정안은 의미를 확장했다.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보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하청·용역·파견·배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 환경을 사실상 통제하는 원청이나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근로자'(제2조 제1호 및 제4호) 정의도 확대됐다.

먼저 개정 전 현행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정의하면서도, 제4호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두었다.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방송작가 등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노조 설립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지점에서 개정안은 논란이 되어 온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할 경우 노조 자격을 박탈하는 단서 조항(제2조 제4호 라목 단서)을 삭제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수차례 권고해 온 결사의 자유 보장 원칙을 반영한 것으로, 사실상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전형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및 가입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가진다.

투쟁 범위의 확장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 '노동쟁의' 정의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개정 전에는 '노동쟁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정의했다. 그리고 법원은 이를 '이익분쟁'(disputes of interest), 즉 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과 같이 앞으로 체결할 새로운 단체협약의 내용을 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매우 좁게 해석해왔다. 그렇기에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의 이행을 요구하거나, 부당해고 철회를 주장하는 등의 '권리분쟁'(disputes of right)은 합법적인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개정안은 여기서 '결정'이라는 한 단어를 삭제했다. 노동쟁의를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크리티컬'하다. 합법 파업의 범위를 극적으로 넓히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제는 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부당해고 철회, 단체협약 위반 시정, 그리고 노동자의 고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조정, 정리해고, 사업장 해외 이전과 같은 경영상의 주요 결정에 대해서도 합법적인 쟁의행위가 가능해지는 길이 열렸다. 연쇄파업 가능성이 극적으로 높아진 셈이다. 기업들이 가장 반발하는 영역이다.

한편 노란봉투법의 근본으로 볼 수 있는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제3조)도 있다.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계획과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개별 조합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쌍용차 및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시작부터 막았다. 이는 조합원 개개인을 금전적으로 압박하여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을 막기 위한 핵심적인 조치이다.

'부진정연대책임'의 배제도 눈길을 끈다.  기존에는 불법 파업에 참여한 모든 조합원이 손해액 전체에 대해 무한대로 연대하여 책임을 지는 '부진정연대책임'이 적용되었다. 이는 파업 참가자 중 단 한 명이라도 재산이 있으면 그에게 전체 손해액을 청구할 수 있어 매우 가혹한 제도로 비판받았다. 그리고 개정안은 이러한 연대책임을 배제하고, 법원이 각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의무화했다. 

파업을 주도한 간부와 단순히 참여한 조합원의 책임을 다르게 묻겠다는 취지다. 다만 2023년 대법원은 쌍용차 사건 판결에서 불법 파업이라도 개별 조합원의 책임은 노조 내 지위, 역할,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런 이유로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판례의 경향을 모든 하급심 법원이 따라야 하는 명시적인 법률 규정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쟁의행위의 원인과 경위, 사용자의 피해 확대 방지 노력 여부, 배상의무자의 재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액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재량권도 부여했다. 나아가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신원보증인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명시해 2차 피해를 방지했다.

국회 본회의. 사진=연합뉴스

"우리가 이겼다" "대한민국 경제는 망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노란봉투법이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한다. 재산권(헌법 제23조)이 인간의 기본권인 노동3권(헌법 제33조)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즉각 환영의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하는 노동자는 누구나 단결하고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가 있다”며 “이 단순하고도 분명한 진실을 20년 만에 법으로 새겨 넣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아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열사가 쓰려졌고, 노동자들은 피와 땀으로 거리를 메우며 외쳐왔고, 오늘의 성과는 그 숭고한 희생이 만든 역사적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특고·하청·플랫폼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을 상대로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대폭 확대할 길이 드디어 열렸다”며 “강화된 단체교섭 의무를 통해 원·하청 구조의 불합리한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특고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일터에서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세심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헌법상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노사 관계의 힘의 균형을 일방적으로 무너뜨려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위헌적 악법'이라고 경고한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6단체(한경협·대한상의·무역협회·경총·중기중앙회·중견련)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되었지만,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하다”며 “이를 둘러싸고 향후 노사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회는 산업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보완입법을 통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서도 유예기간 동안 경제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충실히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의 우려는 구체적이다. 먼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국가가 나서서 면제·감경해주는 것은 "불법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민법의 기본 원칙과 헌법상 평등권 및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인 불법 파업을 저지른 노동조합에게만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시도다.

법 시행 후 불법 파업에 대한 유일한 억제 장치가 사라져 산업 현장에 '파업 만능주의'가 만연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한국의 노사 분규 건수와 그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다. 이런 가운데 법 개정은 노사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고 기업 경영의 예측 불가능성을 극도로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란봉투법 중 노동쟁의 범위 확대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해외 공장 신설, 신기술 도입, 사업부 재편 등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신속하고 전략적인 결정까지 일일이 파업의 대상이 된다면 기업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응할 수 없게 되어 결국 국가 경쟁력의 심각한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파업 만능주의에 노동쟁의 범위까지 확대되면 대한민국은 지옥이 될 수 있다는 '실체적' 공포다.

경제단체들이 짚었던 것처럼 법의 모호성도 문제다. 특히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기준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면, 하나의 원청이 수십, 수백 개의 하청 노조와 끝없는 교섭과 분쟁에 휘말리게 되어 산업 생태계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은 국내외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노란봉투법의 시행은 한국 경제와 노사 관계를 극적으로 바꿀 전망이다.

노동계와 진보 진영에서는 노란봉투법이 소프트 랜딩할 것으로 보며,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공포 마케팅'이라 반박한다. 법 시행으로 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교섭력이 높아져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소득이 증대되면 이는 내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극심한 원·하청 간 소득 격차를 완화하여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법 개정으로 인해 원청이 회피할 수 없는 교섭 당사자가 되면 순기능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과거처럼 극단적인 파업으로 치닫기 전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관행이 정착되어 오히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경영계는 시름이 깊다. 법 시행이 거시 경제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사실상 무력화될 경우 파업의 빈도와 강도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져 생산 차질이 심화될 것은 명약관화다. 

법이 전면 시행될 경우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5조 원 감소하고, 일자리는 27만 개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노사 관계의 불확실성 증대가 국내외 기업의 신규 투자를 위축시켜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외국 기업들의 투자 동인이 하락할 것이라는 논리도 있다.

한편 법 시행 이후 가장 즉각적인 변화는 '원청-하청' 간 교섭의 제도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지금까지 개별 기업 단위로 이루어지던 한국의 전통적인 교섭 관행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삼성, 현대차 등 대규모 하도급 구조를 가진 원청 기업들은 수많은 하청업체 노조들의 교섭 요구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조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코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법안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이라는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에 특정 사안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 시행 초기에는 산업 현장이 아닌 법원이 주 무대일 것이라는 아이러니한 전망이 나온다. 

노사 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는 "노란봉투법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노동법 체계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라면서도 "법 조문의 모호성과 이를 둘러싼 깊은 사회적 균열은 향후 상당 기간의 혼란과 갈등을 예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법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는 단순히 법 조항의 해석을 넘어, 노사정 모두가 새로운 규칙의 틀 안에서 얼마나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상호작용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법 시행에 따른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며 "시행령 등을 통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는 행정 해석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여 공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