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주 4.5일제 불발시 총파업"…'억대연봉' 은행권 먼저? '논란'

2025-08-23     김호성 기자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이 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다음달 총파업에 나선다. 목표는 주 4.5일제 도입이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 공약인 주 4.5일제를 금융권이 앞장서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은행원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또다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다음달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간 뒤, 16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거쳐 26일 총파업을 단행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노조는 사측이 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단축안을 수용하지 않자 지난 6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사측과 금융노조는 중노위 2차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2002년 주 5일제 도입도 가능한 산업부터 시작해 확산한 것처럼, 금융산업이 먼저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여론전에도 힘을 싣고 있다. '저출생 해결'과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를 주 4.5일제 도입 효과로 제시하며 제주도와 '주 4.5일제 도입, 관광시장 안정화 및 단체 인센티브 활성화' 협약을 체결했다.

제주도청은 지난해 전국 최초 주 4.5일제를 시행한 지방 행정기관이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주 4·5일제 도입 등을 통한 국내관광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 ▲주 4·5일제 도입 추진 등 노동 존중이 실현되는 사회를 위한 노동 관련 상호 협력체계 구축 ▲금융노조 산하 지부와 제주관광 활성화를 위한 협력 및 인센티브 지원▲조합원 제주 '워케이션' 참여기회 마련 및 참여프로그램 개발 ▲제주관광 정책 활성화 등 기타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 논의 등이다.

노조 측은 "노동자인 부모가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장시간 노동 구조가 저출생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은행권은 2002년 주 5일제를 도입했고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2004년부터 전 산업으로 확대한 바 있다.

노조는 '금요일 오후, 가족과 함께'라는 슬로건도 내걸고 대국민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 4.5일제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노동 공약 중 하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역시 지난달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가능한 곳부터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지원하겠다"며 "AI 등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임금 삭감 없이 주 4.5일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서는 은행원들이 주 4.5일제 도입 효과를 먼저 누리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5대 은행 직원들의 평균 근로소득은 1억1490만원으로, 올 상반기에는 평균 635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삼성전자(6000만원), 현대차(4500만원) 등 주요 대기업을 웃도는 수준이다.

은행원들은 지난해에도 출근 시간을 30분 늦추기 위해 총파업을 벌여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금융노조는 오전 9시 출근이 '가족과 아침밥을 함께 먹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번에도 은행원들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금융 소비자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측은 관련 법·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다. 은행원의 근무 시간 단축은 곧 영업점 운영시간 단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영업 환경을 더욱 고객 친화적으로 조성하면 금요일 오후의 공백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